결혼사진 촬영하는 중국 부부들. [EPA=연합뉴스]

성비 불균형 속에 혼인율과 출산율 감소를 동시에 겪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불어나는 노총각들의 결혼을 당국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을 속속 밝히고 있다.

25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남서부 윈난성 다리(大理)바이족자치주(이하 다리주) 민정국은 최근 주(州) 내 만35∼55세 미혼 남성 3만2천844명을 조사했으며 일부는 정부 주선 방식으로, 일부는 자유연애 방식으로 ‘고령 청년’의 혼인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리주 민정국은 지역 공산주의청년단위원회와 부녀연합회 등이 결혼관·가정관 교육과 혼인·교우, 혼인 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하고, 여성 간부가 ‘공익 중매’를 맡아 무료 결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중문화활동센터나 공원 등 시설을 활용해 미혼 남성들에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고, 정기적인 연령별 만남 행사와 문화·체육·오락 참여, 취미 계발 등 ‘건강한’ 단체 활동으로 짝을 찾을 기회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올해 13번의 데이트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지방정부 차원의 ‘결혼 장려’ 캠페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첸둥난먀오족·둥족자치주 마장현도 작년 12월 조사 결과 40∼49세 농촌 미혼 남성 2천57명, 50∼59세 미혼 남성 1천133명, 60세 이상 475명이 식별됐다며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중국은 과거 가구당 한자녀만을 낳도록 강제한 산아 제한 정책의 부작용과 전근대적 남아선호현상으로 결혼 적령기 남녀성비가 크게 왜곡된 상태다. 2020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성비는 25~29세는 106.7, 20~24세는 114.6, 15~19세는 118.4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후반들어 출생 성비가 다소 완화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올해 기준 15-19세 성비는 117.25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결혼적령기 중국 남성의 숫자는 여성보다 약 3500만명 가량이나 많은 상황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불균형은 당분간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중국의 여성학자 리인허 교수는 “2050년 쯤이면 만 35~59세 중국 남성 4000만명 가량은 영원히 반려자를 못 찾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들처럼 짝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남성을 중국에서는 ‘잉여남성’이라는 뜻의 ‘셩난(剩男)’이라고 부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이들 셩난의 증가가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수줘 시안교통대학 교수는 2015년 중국공산당 문건에서 ‘잉여 남성’ 현상이 여성 납치나 포르노 중독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대적은 숫자의 여성들을 두고 중국 남성들 사이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혼인율도 출산율도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만8천건 줄어든 343만건으로,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신생아는 902만명으로 사상 최소였다. 경제 둔화 속에 직업 안정성과 미래에 대한 우려로 독신을 선택하거나 결혼을 미루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