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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긴축서 완화로'···글로벌 중앙은행 금리정책 출구전략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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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맞은 긴축시대]

美 연준, 9월 인하 확실시 속

ECB·BOE도 인하대열 동참

경기우려 中, 美기조 발맞출듯

거꾸로 日 "물가따라 추가인상"

엔 캐리 청산 글로벌 자금 촉각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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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글로벌 빅3 중앙은행이 긴축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이 전환점을 맞았다. 각국 중앙은행마다 속도는 제각각이다. 일본의 경우 오랜 완화 기조를 긴축으로 바꾸는 반대 움직임에 시동을 걸면서 세계 자금시장 흐름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더 둔화했다”며 “첫 금리 조정을 조금 앞당기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스틱 총재는 인하 개시 시점을 올 4분기로 제시했지만 이날 발언으로 9월 인하를 지지하게 됐다. 이는 전날 “금리를 낮출 때가 왔다”며 9월 인하를 공식화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뒷받침한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 등 다수의 연방공개위원회(FOMC) 위원들도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곧 개시해야 한다”거나 “미룰 이유가 없다”며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연은 총재가 “(인하까지) 여유가 있다”며 신중론을 펼쳤지만 연준 내 다수 의견은 9월 인하로 기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관심의 무게는 ‘인하 여부’를 떠나 ‘인하 규모’ 쪽으로 실리고 있다. FOMC 위원 다수는 25bp(bp=0.01%포인트) 인하를 주장한다. 하커 총재는 이날 “(인하를) 시작할 때”라면서도 “인하 과정은 체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체계적·점진적이라는 표현은 25bp 인하를 말한다. 파월 의장은 전날 잭슨홀 연설에서 이 같은 용어를 배제하면서 50bp 인하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의장의 연설에 대해 “여러 차례의 25bp 인하뿐 아니라 50bp 인하의 문도 열려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현재 선물 시장은 9월 25bp 인하 확률을 76%, 50bp 인하 확률을 24%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빅컷을 단행할 만큼 긴급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녹아 있다. 미국 금리 인하 폭 전망은 다음 달 6일 공개될 미 노동부의 8월 고용보고서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위원들 역시 9월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내놓았다. ECB는 올 6월에 금리 수준을 연 4.50%에서 연 4.25%로 낮춘 바 있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정책위원은 잭슨홀에서 “유럽의 성장 전망, 특히 제조업 부문이 다소 가라앉았다”며 “이는 9월 금리 인하 필요성을 더욱 커지게 한다”고 말했다.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지표를 보면 9월 인하 결정은 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영국중앙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도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 내에서는 인플레에 대한 신중론 또한 나온다. ECB의 필립 레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것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경고하며 당분간 금리를 제한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일리 총재 역시 인플레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하기는 했지만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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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에 발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인민은행은 이달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유지했으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의 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수차례 강조해왔으나 실제 금리 인하 조치는 최근에야 이뤄졌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될 경우 위안화 약세로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3분기에 은행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하고 4분기에는 기준금리가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차입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자산 시장도 반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대표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AC 글로벌 지수는 전날 1.2% 오르며 지난달 1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14% 오르는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유럽의 스톡스600지수는 0.5% 오르며 3주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은 연준과 ECB만큼이나 일본은행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오랜 시간 글로벌 금리 흐름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온 일본이 ‘금융정책 정상화’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이나 스위스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로 대표적인 캐리 통화가 엔화다.

앞서 일본은행은 올 3월 2016년부터 8년간 이어온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이어 올 7월 0.25%로 추가 인상했다. 이 여파로 엔화 강세가 발생해 일본뿐 아니라 세계 증시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계획을 밝혔다. 그는 전날 국회에 출석해 “경제와 물가가 우리 예측에 부합한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면 완화정책을 계속 조정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데이터에 따라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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