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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이집트 떠난 하마스, 휴전협상 '공회전'…실무급 접촉은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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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확전을 막을 열쇠로 떠올랐던 가자지구 휴전 회담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공회전하고 있다. 협상에 간접 참여한 하마스는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요구가 아닌 다른 휴전 조건은 거부한다며 협상 장소인 이집트 카이로를 떠났다. 같은 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이어갔고 하마스도 로켓 발사로 맞대응했다. 10개월 넘게 이어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머니투데이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의 한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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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이집트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중재국이 제시한 여러 가지 타협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24~25일 카이로에서 진행된 협상에서 아무 합의도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의 핵심 쟁점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주둔 여부다. 이스라엘은 휴전 후에도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에 놓인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지구 중간에서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 주둔이 필요하단 입장이지만 하마스는 영구 휴전과 완전 철수를 요구한다.

로이터 소식통들은 중재국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주둔과 관련해 여러 대안을 제시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또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석방을 요구하는 일부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이들이 석방됐을 때 가자지구에서 떠나게 할 것을 요구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하마스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샤TV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조건에 대한 논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재국에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대표단은 이번 휴전 협상에 직접 참석하는 대신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로부터 협상 내용을 브리핑받아왔다.

중재국은 협상 노력을 이어간단 입장이다.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이 "건설적"이었다며 "최종적이고 실행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양측 모두 진심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동안 실무그룹이 남은 문제와 세부사항을 다룰 것"이라며 "미국 협상팀은 카이로에 머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 향후 협상은 대표단이 아니라 그보다 급이 낮은 실무진 차원에서 이뤄지게 된다고 AP통신은 짚었다. 협상 재개 시점은 발표되지 않았다.

휴전 협상 중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이어졌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5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공격해 24시간 동안 70명 넘게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대응"이라며 텔아비브에 로켓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늪에 빠지면서 확전 우려도 이어진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휴전이 중동 확전을 막을 열쇠로 보고 협상 타결에 매달려왔다. 특히 반이스라엘 세력의 대장 격인 이란은 지난달 말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암살 후 이스라엘에 보복을 공언했으나 가자지구 휴전 논의를 이유로 이를 이뤄왔던 터다. 휴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현실화할 수 있단 의미다. 이런 가운데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총리는 26일 이란을 방문한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추가 충돌 우려도 남아있다. 양측은 25일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헤즈볼라를 선제타격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로켓 320여발을 발사하고 군사기지 11곳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갑작스러운 공방 후 양측 모두 확전을 피하자는 분위기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이어지는 한 언제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시작 후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해왔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충돌 위험이 휴전 회담에 미칠 영향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워싱턴DC 소재 중동연구소의 란다 슬림 선임 연구원은 알자지라를 통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긴장이 가자 휴전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가자지구 전쟁이 계속되고 이란이 주도하는 반이스라엘 세력이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를 지원하는 한 언제든 중동 전쟁의 유령을 불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워싱턴연구소의 마이크 싱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휴전 협상을 어렵게 만들기보단 도움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이스라엘이 확전할 의지와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서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이 계속 협상을 거부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보여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중동 긴장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 속에 26일 한국시간 오후 2시 현재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10월물은 전일 대비 0.63% 오른 배럴당 79.52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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