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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사설] 또 전 정부 탓하며 초긴축 예산, 정부 역할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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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오른쪽은 김언성 재정관리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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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부가 677조4천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 대비 총지출 증가율이 3.2%로,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5%)를 밑도는 초긴축 예산이다. 증가율 3.2%는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올해(2.8%)와 2010년·2016년(각 2.9%)에 이어 네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증가율은 연평균 3.9%로, 문재인 정부(8.6%)는 물론 이명박 정부(6.3%), 박근혜 정부(4.2%)보다도 낮다. 특히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영되는 재량지출 증가율은 0.8%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정부가 예산 증가율을 억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연이은 감세로 세수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은 지키려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77조7천억원) 비율은 올해 3.6%에서 내년 2.9%로 낮아진다.

문제는 이런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최근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는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급증세 탓에 통화정책의 운신 폭이 좁아지면서 재정이 내수 진작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 성장률은 2.1%(한국은행), 2.2%(정부) 수준으로 올해(2.4%, 2.6%)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연 이런 긴축 예산으로 정부가 민간 소비와 투자의 부진을 보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5년 단위 재정운용 전략과 목표를 제시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더욱 우려스럽다. 2024~2028년 재정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3.6%, 재량지출 증가율은 1.1%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정부 지출로는 저출생·고령화에 대비하고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투자를 하는 데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부는 5년 동안 400조원 이상의 국가 채무를 늘렸다”며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어 세번째 예산안을 짜는 자리에서까지 여전히 전 정부 탓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건전재정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면서도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대규모 감세를 통해 세수기반을 약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쪼그라뜨리고 있는 정책 기조에 대한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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