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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사설] 의료공백 위기 속 자중지란 당정,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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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료공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사태를 수습해야 할 정부·여당은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가 단일한 입장을 모으지 않아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는 불만을 터뜨려왔는데, 이번에는 자신들이 자중지란에 빠져 손발이 안 맞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래서야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를 유도하고 의료공백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싼 의료계와의 갈등 해소 방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보류하자고 제안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예정대로 1509명을 늘리되, 2026학년도는 한명도 늘리지 말고 의료계와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정부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단일안을 가져오면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만 고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정이 머리를 맞대고 사태를 수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국면에서, 외려 정부 입장에 대한 혼선만 자초한 모양새다.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상에도 득이 될 리 없다.



정부는 최근 불안감이 고조된 응급의료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안이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24시간 진료가 일부 제한되는 곳이 3곳에 불과하고, 이 중 2곳은 9월부터 정상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의료진 부족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응급실 파행 운영은 언제 어디서 불거질지 모르는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또 응급실이 24시간 가동되더라도 진료과목에 따라 응급처치 뒤 배후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의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버텨온 간호사들은 한계에 다다랐다. 오는 29일로 예고된 간호사들의 파업까지 현실화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그동안 ‘땜질식 처방’으로 투입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병원 경영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뿐이었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아프면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 불안에 떨어야 하나. 대통령실과 정부는 “고통스러운 개혁의 과정”이라며 상황을 방관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올해 유급될 의대 1학년들까지 고려하면,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해법 찾기는 더 어려워진다.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 창구를 열어 의-정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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