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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사설] 내수 위축·양극화 극심한데, 우려 키우는 내년도 ‘긴축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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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27일 올해보다 20조8000억원(3.2%) 늘어난 677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짰다고 발표했다. 물가 상승분이 포함된 내년도 경상성장률 전망치(4.5%)보다 낮고, 이마저도 증가분의 90%가 넘는 18조2000억원은 공적연금·건강보험 등 경직성 강한 의무지출이니 사실상 ‘초긴축 재정’이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서민들의 고통이 극심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추고, 내년은 2.1%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정을 확대해 민생과 내수를 떠받치는 정책을 펴는 게 정석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 길을 잡은 셈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민생과 약자 복지를 표방했다. 그러나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 증가는 4.8%에 불과하다. 올해 증가 폭(7.5%)에 못 미치고, 2023년(4.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도 공공주택 공급 규모를 역대 최대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관련 예산은 삭감됐다. 일자리와 직결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연구·개발(R&D) 예산이 11.8% 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으로 없앤 것을 되돌린 수준이다. 이 와중에도 국방예산은 장병 급여 인상과 무기 도입 예산이 늘어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 정부가 국가 빚을 400조원 늘렸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비상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집권 3년차에도 전 정부 탓하는 윤 대통령 태도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윤 대통령은 또 “건전 재정은 우리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행동으론 세수 결손에도 감세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22~2024년 세법 개정과 반도체 분야 세액감면으로 올해 17조원의 세수가 줄었고, 내년 국세감면액은 7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건전 재정은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내수 위축과 양극화가 극심한데도 극단적인 재정 건전성만을 추구하면 경제는 악순환에 빠지고 민생은 더욱 피폐해진다. 기후 위기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철저히 검증하고,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정책 기조를 수정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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