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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환율 하락에 수출 악재 반영, 엔비디아도 못 살리는 우리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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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자동차·조선 '약달러' 악재

증시 이끈 엔비디아 낙수효과 실종

HBM·D램 수요 줄며 투자 부정적

아주경제

[그래픽=허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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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라는 악재에 대형 수출주가 부진하면서 월초 급락한 한국 증시가 회복에 난항을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오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반등과 우리 증시 회복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27일 iM증권은 '호재의 블랙홀이 된 한국 증시' 보고서를 통해 한국 내수와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 속에 나타난 원화 강세로 AI 등 분야에서 미국 경제 호조의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증시 부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경기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수출 대기업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졌는데, 최근 원화 강세는 수출 대기업에 악재로 작용하는 동시에 내수에도 큰 기여를 못하면서 한국 증시가 이전과 달리 힘을 못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국내 대형 반도체주와 증시 상승세는 수출주에 유리한 달러 강세 흐름과 맞물려 나타났다. 국내 상장 시총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의 AI 관련 반도체 투자 공급망에서 수출 실적을 늘리고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됐다.

앞으로 투자자가 이런 믿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환율 움직임에 따라 아예 반도체를 비롯한 '대미 수출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대미 수출주를 피하고 내수 업종에 선별 투자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반도체, 기계 등 대미 수출 산업은 올해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 달러 강세)할 동안 강했던 반면 7~8월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주로 내수 업종 주가가 강했다"며 "향후 원화 강세, 달러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주식시장에서 대미 수출주를 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은 반도체 기업 주가와 국내 증시를 함께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수출주에 불리한 달러 약세 환경에선 이러한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엔비디아 호실적이라는 호재보다 환율이란 악재가 국내 증시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변수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특수'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직접적인 주가 상승 효과도 과거보다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제한될 수 있고,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비중이 큰 일반 D램 등 기존 주력 제품 가격도 떨어질 수 있어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등 실적이 이미 각 사 추정치에 반영된 가운데 일반 D램 재고가 늘어 판가 하락 우려가 퍼졌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엔비디아 실적 플레이는 현시점에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연말부터 일반 메모리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짚고, 엔비디아 AI용 HBM 우선공급자인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엔비디아 HBM 수요량이 예상보다 감소할 수 있는데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AI 투자심리에는 부정적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반도체주의 상승 여력이 떨어지면 이들의 국내 증시 부양 효과도 더 약해질 수 있다. 이미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26%를 차지하는 두 기업의 주가 부진이 지수에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27일 종가 기준 7만5800원, 17만5000원으로 7월 말 대비 각각 9.65%, 10.07%씩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도 7월 말보다 2.94% 하락한 2689.25로 이달 내내 2700선에 안착하지 못했다.

아주경제=임민철 기자 im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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