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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카르텔’ 주장에 줄었던 R&D 예산, 한 해 만에 ‘리턴’[2025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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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보다 11.8%↑ 역대 최대

초격차 선도기술에 집중투자

과학계 “삭감된 과제 살려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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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11.8% 늘리기로 했다. 액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여당에서 “과학기술계에 ‘카르텔’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 뒤 대폭 줄어든 R&D 예산이 여론 반발에 밀려 널뛰기하듯 한 해 만에 회복된 모양새다. 과학계에서는 증가한 R&D 예산이 올해 삭감된 연구과제를 되살리는 데 실제 투입되는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부가 내놓은 2025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R&D 예산은 올해(26조5000억원)보다 11.8%(3조2000억원) 늘어난 29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역대 가장 많은 R&D 예산이다.

당초 역대 최대 R&D 예산은 지난해 31조1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기준을 변경해 이 가운데 1조8000억원을 일반 재정사업으로 재분류했다. 이 때문에 최종적으로 지난해 R&D 예산은 29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분류 기준 변경이 내년 R&D 예산에 ‘역대 최대’라는 도장을 찍기 위한 준비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날 발표된 내년 R&D 예산은 지난해 R&D 예산을 살짝 상회(1.3% 증가)하는 수준으로 편성됐다.

내년 R&D 예산은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통신 등 ‘초격차 선도기술’에 집중 투자된다. 올해 5조4000억원이던 이 분야 관련 예산이 내년에는 7조1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석사과정생에게 월 80만원, 박사과정생에게 월 11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도 시행된다.

R&D 예산이 한 해 만에 약 10%나 줄었다가 늘어나는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발언 직후 여당은 과학계에 ‘카르텔’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카르텔 사례가 명확히 나오지 않으면서 과학계 반발과 여론의 비판이 커졌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R&D 예산을 다시 늘리겠다는 기류가 대통령실 등에서 나타났고, 이번에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R&D 예산은 늘었지만 과학계에서는 우려가 여전하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증가한 예산이 어떤 세부 사업에 투자될지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며 “연구비가 삭감된 과제가 아니라 현 정부가 선호하는 새로운 과제에 내년 R&D 예산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늘어난 기초연구 예산이 한국 과학기술의 체력을 장기 관점에서 보강하는 과제보다는 응용 기술을 뒷받침하는 과제에 쏠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런 일이 현실화하면 R&D 예산을 둘러싼 연구 현장의 반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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