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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일사일언] 미국 엄마, 한국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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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전(前) 동료가 휴가차 한국에 와서 회사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열 살, 열한 살 두 아들을 둔 ‘미국 후배’는 “미국에선 아이들 밥만 해주면 된다. 애 키우기 너무 쉽다. 그래서인지 다자녀 가정이 많다”고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들과 뛰어놀거나 집안일을 도와주는데 또래들이 모두 집안일을 하니까 자기 아이들도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설거지나 세탁물 정리 등을 돕는다고 했다. 한국에선 안 그랬을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두 아들은 조만간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구단의 어린이 축구 캠프에 갈 예정인데 “축구에 소질 있어 선발되긴 했지만, 계속할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어린 시절 자신을 피아니스트로 키우겠다고 가족들이 달려들면서 오히려 피아노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던 기억도 함께 들려줬다.

재수생 아들과 열 살 늦둥이 딸을 키우고 있는 한국 엄마는 ‘미국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딸을 바이올린 학원에 보냈는데 자기 딸보다 늦게 시작한 이웃집 아이가 더 월등한 실력을 보이자 스페셜 코스로 불리는 고액학원으로 바꿔 보냈더니 역시 효과가 있더라며 뿌듯해했다. 딸을 교내 오케스트라단에 넣는 것이 목표인 한국 엄마는 재수생 아들과 딸, 둘의 사교육비만 월 3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미국 교육은 아이의 체력을 길러주는 일, 가족과의 추억 쌓기, 자연을 많이 접하게 하는 것, 이 세 가지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이들의 동네 운동경기에도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가 모두 와서 응원을 해준단다. 그런 가족의 응원 속에서 아이는 자신이 사랑 속에 자라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한국 아이들은 친척과 얼마나 자주 만날까. 나는 11명의 조카들 중 절반을 수년째 명절에도 보지 못했다. 대부분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능이나 취업 준비 등으로 바빴다. 미국과 한국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 없으나, 심각한 출산율로만 비교하면 한국이 덜 행복한 쪽이긴 한 것 같다. 이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자식을 이끌고 뒤처지지 않도록 오직 전진해야 할 삶이 한국 엄마들을 기다리고 있다. 똑같은 한국 사람인데, 미국에선 되는 게 한국에선 왜 안 될까 몹시 궁금했다.

[최정희 아리랑TV 미디어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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