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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웨스팅하우스 CEO, 한국과 15년 악연...바라카 역전패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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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 프래그먼은 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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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의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두고, 끊임없이 공세를 펼치는 웨스팅하우스의 핵심 인물로는 패트릭 프래그먼(Patrick Fragman) 웨스팅하우스 최고경영자(CEO)가 꼽힌다. 프랑스 출신인 프래그먼 CEO는 현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브룩필드 측이 인수한 1년 뒤인 2019년 취임해 지금까지 5년간 웨스팅하우스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15년 전 치열하게 붙었던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전 당시엔 프랑스 알스톰 경영진으로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국내 원전 업계에서는 한국과 여러 인연으로 얽힌 프랑스 출신 CEO가 사령탑에 앉으면서 K원전에 대한 발목 잡기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9년 이공계 명문 그랑제콜인 국립광산학교를 졸업한 프래그먼 CEO는 프랑스 정부에서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다 2009년부터 프랑스 기업 알스톰에서 원자력 부문 CEO 등을 지냈다. 2015년 스위스 전력 업체 ABB로 옮겼고, 2019년 웨스팅하우스 CEO에 올랐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체코 원전에 앞서 혈전을 벌였던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전 당시 프랑스 측 주요 기업인 알스톰의 핵심 경영진으로 참여했는데, 당시에도 한국에 막판 역전패를 당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래그먼 CEO는 이후 2014년 알스톰 경영진에서 물러났다”며 “15년 전 한국에 졌던 기억을 갖고 있는 그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과 3파전을 벌이다 고배를 마신 프랑스, 미국 웨스팅 하우스와 모두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지난해 한창 수주전이 치열할 무렵 프래그먼 CEO가 폴란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추진하는 원전 사업은 폴란드에서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감정적으로 말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지금 폴란드 원전 수주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CEO로 있는 웨스팅하우스의 주인이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사모펀드란 특성도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브룩필드는 사모펀드 업계에서도 공격적인 성향으로 유명하다”며 “2018년 파산 상태인 웨스팅하우스를 46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한 뒤 2022년 총 78억달러에 재매각한 데 이어 신규 펀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주기 위해선 세계 원전 시장에서 웨스팅하우스의 입지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부의 통제력이 강한 원자력 산업이지만, 자본주의 기조가 강한 미국인 만큼 사모펀드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선 정부도 브레이크를 걸기 쉽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펀드 수익의 1% 이상이 회사 경영진에게 보너스로 돌아가는 현실도 프래그먼 CEO의 한국에 대한 시각과 맞물리며 강공을 이어가게 한다고 본다.

이에 따라 웨스팅하우스 측을 설득할 만한 ‘협력 패키지’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엔 제조업 역량이 상당한 체코가 스코다 파워 등 자국 업체에서 상당한 물량을 분담 받기를 원하고 있고, 한국 역시 핵심 기술·설비를 상당 수준으로 국산화했기 때문에 UAE 바라카 때처럼 웨스팅하우스에 적잖은 설비를 주문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출신 CEO의 개인적인 인연까지 더해지며 해법을 어렵게 한다”고 했다.

☞패트릭 프래그먼

30년 넘게 전력·원자력발전 등 에너지 산업에 몸담아온 에너지 전문가로, 2019년 8월 미 웨스팅하우스 CEO(최고경영자)에 취임했다. 프랑스 출신으로, 1989년 이공계 명문 그랑제콜인 국립광산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 중공업 회사인 알스톰의 원자력 부문 CEO, 글로벌 B2B 기술 기업인 ABB의 수석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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