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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트럼프, 재임 첫해 시진핑에게 '한국·일본도 핵 원하면 어떡하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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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맥매스터, 회고록서 비화 공개
북한 핵 억제 필요성 강조하면서 거론
북핵 보유 성격 관련 한미 간 입장 차도
文 "김정은엔 방어용"… 펜스 "공격용"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첫해인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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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첫해인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당시 안보 참모가 밝혔다. 북한 핵 위협의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7일(현지시간) 발간한 비망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내 임무 수행'에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줄다리기 과정이 이같이 담겨 있다. 완고한 성격의 맥매스터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주를 제어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엇박자를 빚다가 결국 기용된 지 13개월 만에 해임됐다.

"트럼프, 한미 군사훈련 두고 '돈 낭비' 주장"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급은 2017년 7월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나왔다. 당시 별도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맨발인 사람은 좋은 신발을 신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이 '대북 제재 무용론'을 받아들이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만약 일본과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자기들도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되나"라고 반문했다고 맥매스터는 회고했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북핵을 억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다만 4개월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은 다소 달라졌다고 한다. 그해 11월 중국을 국빈 방문해 다시 미중 정상회담을 했을 땐, 시 주석 논리에 상당 부분 설득된 분위기였다는 게 맥매스터의 설명이다. 북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에 한미 훈련 중단 등으로 보상하자는 시 주석의 '동결 대 동결' 제안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동의하는 듯 보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을 두고 '도발적'이라고 했던 시 주석 견해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돈 낭비"라고까지 말했다고 맥매스터는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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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왼쪽)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각각 재임 시절인 2017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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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에는 또, 2017년 6월 3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상황도 담겼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 문안을 두고 의견 충돌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보이는 언어와,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노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인정하는 내용"을 넣기를 원한 반면, 미국 측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으로 하여금 비핵화가 북한에도 최대 이익이 된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데엔 제재 이행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는 언어"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사드 환경영향평가=시간 낭비' 소리 질러"


정상회담에 이어 진행된 문 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의 회동에서는 북핵이 '방어용'인지, '공격용'인지에 대한 시각차도 드러났다고 했다. 맥매스터는 "김정은은 방어를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문 전 대통령이 말했다"고 썼다. 그러자 펜스 전 부통령은 "우리는 김정은이 공격 목적으로 핵을 원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맥매스터는 "김정은을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런 의견 차는 긴장과 의견 충돌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며 수개월간 긴장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 7월 4일 북한이 신형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최초 발사한 직후의 상황도 비망록에 적혀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친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정부는 그 미사일을 ICBM으로 부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게 맥매스터의 회고다. 이에 자신은 정 전 실장에게 "당신이 ICBM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그게 ICBM을 의미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부연했다.

맥매스터는 2017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의도 소개했다. 회담 전 자신이 정 전 실장을 따로 만나 "제발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는 환경영향평가에 달려 있다'는 최근 발언을 반복하지 말라고 해 달라" "트럼프는 이미 사드를 좋아하지 않고,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환경영향평가를 정말 싫어한다" 등 조언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회담에서 '사드 배치가 괜찮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도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는) 시간 낭비"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맥매스터는 떠올렸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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