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서 직원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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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저출산 이유 중에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라이프스타일이 있다고 분석한 외신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7일 ‘한국 출산율 장려 정책이 욜로 세대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급격한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20~30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부모가 되는 것이 세련된 옷이나 고급 레스토랑보다 더 나은 투자라고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28세의 패션 인스타그래머이자, 가수를 꿈꾸는 한국인 여성 박모씨 사례를 들었다. 박씨는 “저는 욜로가 제 신념”이라며 “매달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주고 나면 저축할 돈이 충분히 남지 않는다. 언젠가 결혼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하지 않냐”고 했다.

사회학자들은 한국의 2030 세대가 다른 나라의 같은 연령대나, 한국의 다른 인구층에 비해 더 많이 쓰고 덜 저축하고 있다고 봤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은 정착하고 아이를 낳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의 성공에 더 힘을 쓴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30대의 저축률은 5년 전 1분기 29.4%에서 올해 1분기 28.5%로 감소했지만, 다른 모든 연령대의 저축률은 같은 기간 증가했다.

저축률은 감소했지만, 지출은 늘었다. 같은 기간 20~30대가 백화점과 고급 호텔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쓴 연령대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의 여행 소비는 지난 3년간 33.3%에서 40.1%로 증가했다. 또 현대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이전 3년간 20대가 백화점에서 지출하는 비중이 12%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지출을 뒷받침하듯 모건스탠리의 작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고급 취향 덕에 한국은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1인당 지출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자, 대형 럭셔리 브랜드가 가장 입점하고 싶어 하는 국가가 됐다. 샤넬, 셀린느, 디올 등 고급 브랜드들의 홍보대사는 블랙핑크와 뉴진스 등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K팝 그룹이 맡았다.

통신은 이런 한국의 현상과 대조되는 국가로 호주를 들었다. 호주 최대 은행인 코먼웰스뱅크(CBA)는 현지 25~29세가 생활비 압박으로 올해 1분기 지출이 전년 대비 3.5% 줄었다고 보고했다.

반면 욜로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재정적 어려움이 한국인이 가장 자녀를 갖지 않기로 한 이유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조사 기관 PMI가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응답자 1800명 중 46%가 자녀를 갖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불확실성’ 혹은 ‘높은 양육비용’ 등 재정적 어려움을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연 소득이 작년에 2% 증가했는데 이는 모든 가구의 4.5% 증가한 것보다 약 2배 더 낮은 수치다.

다만 이 같은 분석엔 ‘그렇다면 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효과가 없느냐’는 반론이 붙는다. 정 교수는 “젊은층이 더 즉각적인 쾌락에 집중하기에 정부의 보조금 기반 출산 장려 정책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2021년 선진국 17개국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게 무엇이냐’를 물은 설문 조사에서 한국은 ‘물질적 웰빙’이라고 가장 많이 대답했다. 로이터는 “물질적 웰빙 답변이 1위를 차지한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는 ‘가족’이나 ‘건강’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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