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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나토·EU 장거리미사일 공격 허용할까" 발끈…러 "3차대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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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하자 러시아가 “3차 대전”과 “핵 교리”를 언급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 요청을 서방이 검토하기 시작한 것을 두고 “문제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핵 교리 명확하다" 위협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방을 향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 요청을 고려하는 것은 성냥을 갖고 노는 어린아이 불장난처럼 위험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을 향해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 위협하며 “러시아의 핵 교리는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핵 교리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0년 6월 서명한 ‘러시아 핵 억제 정책 기본 원칙’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나 기타 대량파괴무기(WMD)·재래식 무기 등으로 공격받아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때 핵 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러시아의 발언은 나토와 EU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방안에 대한 긴급 검토를 앞둔 시점에 나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28일 나토·우크라이나 대사급 회의를 소집한 상태다.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해 나토 회원국에 전황을 알리고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사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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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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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EU는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초청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29·30일 양일간 외교·국방장관회의를 연다. 앞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21일 “모든 (무기) 역량의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방어권을 강화하고 생명을 보호하며 우크라이나 내 파괴를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FT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용될 것" 전망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 타격에 사거리 최대 1000㎞인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은 장거리 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폭발력이 약해 중간에 요격되거나 치명타를 입히진 못하고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영국·프랑스, 다른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막을 수 있도록 도울 힘을 갖고 있다”며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를 수차례 호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보유 중인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사거리 300㎞)와 영국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 사거리 250㎞)다. 두 무기 모두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우크라이나는 사거리 500㎞인 독일의 타우르스 미사일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독일 정부는 확전을 우려해 승인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는 F-16 전투기에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해 러시아 본토의 목표물을 타격할 권리까지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본토 내 공군기지와 물류 거점, 지휘 통제소, 병력 부대를 타격해 적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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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공군의 F-16 전투기 비행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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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독일은 아직까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확전을 우려하며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스톰섀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FT는 “영국과 프랑스가 앞서가고, 미국도 따라가는 수순일 것”이라며 결국 우크라이나의 뜻대로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이 허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젤렌스키 "러 침공은 승전 계획 일부"



이날 러시아는 이틀째 우크라이나 전역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습해 최소 6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선 드니프로강의 수력발전소 등이 파괴돼 정전·단수 사태를 빚었다.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를 침공한 우크라이나는 인접 지역인 벨고로드 국경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병력 3만 명을 쿠르스크 방면에 재배치했다고 밝혔다. 또 쿠르스크 작전을 통해 지금까지 러시아군 594명을 생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쿠르스크 침공에 대해 “승전 계획의 일부”라며 “다음 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종전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 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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