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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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해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증원 유예’를 제안했다가 갈등을 빚는 여당 대표에게 평소 국정 현안에서 사사건건 부딪쳐온 제1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위기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을 부각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을 키우고, 수권을 준비하는 제1야당 대표로서 정책적 유연함을 과시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여당에선 의도가 불순한 ‘숟가락 얹기’이자 ‘당-정 이간책’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 말미에 “한동훈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를 이야기했다. 제가 보기에 (한 대표 제안은) 현 상황에서 의료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의 하나”라며 “정부도 백안시 말고 그 문제를 포함해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심도있게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이 대표가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마치고 엿새만에 당무에 복귀한 자리였다.
이 대표가 힘을 실은 증원 유예안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최대 1509명 늘리는 정부 결정은 유지하되, 2026학년도 정원은 증원 여부를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같은 유예안을 제안했으나 다음날 대통령실로부터 공개적으로 거부당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국민의힘과 일정을 조율 중인 여야 대표회담에 ‘의정 갈등 해소 방안’을 올리려는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민주당 지도부에 소속된 한 의원은 한겨레에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이 ‘한동훈발 의제’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이란 여당 일부의 반응을 의식한 듯 “(의정 갈등 해소는) 민주당이 먼저 국민의힘에 (의제로)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한 대표 중재안에 사실상 지지 의사를 표한 건 의료 공백을 방치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정부의 무능과 실책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총파업(29일) 예고 등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오죽 답답했으면 평소 사이 나쁜 제1야당 대표까지 여당 대표 제안에 힘을 싣겠느냐’는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정부의 무책임한 버티기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담은 메시지”라고 했다.
여당은 이 대표의 발언 동기가 순수하지 않다고 의심한다. 올해 들어서만 5번째 불거진 ‘윤-한 충돌’을 어떻게든 키우고 장기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한 비영남권 재선의원은 “이 대표는 숟가락도 얹고 불난 집에 부채질도 하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도 (꽉 막힌 갈등 상황을 풀려면) 한 대표가 제안한 방안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속내’를 감춘 채 당정 갈등의 격화를 노리는 이 대표의 행보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 당직자도 “한 대표가 민주당과 손잡고 윤 대통령을 공격할 이유는 없지만, 이 대표가 마치 그렇게 보이게끔 행동하고 있다”며 ‘이간계’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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