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희씨 아버지 송길용씨가 25년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다녔던 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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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돌며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달며 25년간 딸을 찾아다녔던 송길용씨가 끝내 딸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71세.

28일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은 고인이 지난 2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송씨의 딸 혜희씨(당시 17세)는 송탄여고 2학년이던 1999년 2월13일 오후 10시쯤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던 중 경기 평택시의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후 실종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버스에서 함께 내린 남성이 있었다. 송씨는 밤새 딸을 찾다가 이튿날 실종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일대를 수색한 뒤에도 딸을 찾지 못했다.

송씨는 생업을 포기하고 25년간 딸을 찾는 전단과 현수막을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역사 인근을 찾아다니며 전단을 뿌리고 현수막을 달았다. 훼손된 현수막은 주기적으로 새로 제작해 바꿔 달았다. 딸의 현재 모습으로 추정되는 이미지와 실종 무렵 사진을 함께 담은 전단 뭉치를 들고 다니며 하루에 700장씩 돌리기도 했다.

송씨의 아내는 딸을 잃은 상심에 우울증을 앓다가 딸이 실종된 지 5년 후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 수사도 잠정 중단됐다. 2014년 2월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하지만 송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현수막을 다느라 생계가 어려워지고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건설 현장에서도 일하기 힘들어지자 그는 폐지를 수거하며 돈을 벌어 현수막을 걸고 딸을 찾아다녔다.

애타는 사연이 알려지자 현수막 제작비용을 후원하는 시민들이 생겨났다. 각종 언론·방송 프로그램도 실종사건을 조명했고, 전국에서 ‘딸을 봤다’는 제보가 이어지기도 했다. 송씨는 이후 트럭에 딸의 사진을 더 크게 붙여 전국을 다녔다.

송씨는 최근에는 건강이 악화돼 병원을 오가며 투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집은 입구에서부터 딸과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사진이 걸려 있다고 한다. 아직도 서울과 수도권 도심 곳곳에는 그가 만든 현수막이 달려 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송씨는 딸의 사진을 눈 뜨면 보이는 곳 어디든 두고 한시도 잊지 않으려고 했다”며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 몰랐는데 너무나 황망하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평택 송탄제일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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