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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누구나 즐기게” 기업재단이 가꾼 숲, 시민 年 90만명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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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완'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3부 〈2〉 LG상록재단 화담숲

강남서 대중교통으로 40분이면 도착… 기존 식생에 새 식물 더해 호평

자작나무 등 16개 테마별 군락 눈길… 전국서 모은 소나무 1300그루 인기

남생이 등 멸종위기종 보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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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화담숲은 꽃과 나무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서울에서 1시간 전후면 도착할 수 있기에 매일 수천 명이 찾는다. 화담숲을 방문한 한 가족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경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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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경기 광주시 화담숲. 30도 내외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숲 한가운데 들어서자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무성한 나무와 각종 식물이 직사광선을 막아줘 숲속 기온을 떨어뜨렸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에서 운영 중인 수목원이다. 2013년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현재 약 16만 ㎡(약 5만 평) 규모의 대지에 4300여 종의 국내외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날 출근 시간대였지만 서울 강남에서 승용차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강남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인근 곤지암역까지 약 40분이면 도착한다. 기업이 만든 수목원 중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다. 덕분에 빌딩 숲이 아니라 ‘진짜 숲’에 가고픈 수도권 시민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한 해 방문 인원은 약 90만 명으로 기업 수목원 가운데 가장 많다.

여름휴가로 가족과 함께 화담숲을 찾았다는 문정은 씨(46)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문했다.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단풍을 볼 수 있어 계절별로 다양한 모습이 매력적”이라며 “수도권에 더 많은 숲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누구나 쉽게 숲을 즐길 수 있도록”

화담숲은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라”란 지시로 만들어졌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라는 뜻의 ‘화담(和談)’은 구 회장의 호이기도 하다. 생전 구 회장은 수차례 화담숲을 찾았다. “내가 죽은 뒤라도 ‘그 사람이 이 숲만큼은 참 잘 만들었구나’란 말을 듣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화담숲에는 구 회장이 소장했던 500여 점의 분재(盆栽)도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0여 점은 부친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기르던 것이다. 구 회장은 특히 나무의 형태가 글자처럼 보여 ‘선비나무’라고도 불리는 문인목(文人木)을 아꼈다고 한다. 나석종 LG D&O 화담숲 운영팀장은 “구 회장이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두루 볼 수 있도록 분재를 기증했다”고 말했다.

화담숲은 주제 및 식물별로 구분된 16개 테마원으로 구성돼 있다. 2000여 그루의 하얀 자작나무가 펼쳐진 ‘자작나무 숲’, 무궁화 2500여 그루를 심은 ‘무궁화 정원’, 60여 종의 수국이 군락을 이룬 ‘수국원’ 등이다. 매년 약 30명의 정원사가 숲을 관리하고 있다.

화담숲의 특징은 기존에 자연적으로 자란 식물과 인공적으로 심고 가꾼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숲속 산책로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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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을 드론으로 촬영한 것으로 나무와 돌을 피한 구불구불한 산책로가 보인다. LG상록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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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는 일직선이 아니라 불규칙한 형태로 굽이쳐 있다. 산책로 중간중간 나무가 불쑥 튀어나와 돌아가야 했다. 언뜻 보면 원활한 관람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원래 숲의 주인인 나무와 바위를 베거나 치워 버리지 않고 ‘공존’을 택한 것이라고 나 팀장이 설명했다. 그 덕에 길 위에는 민달팽이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다람쥐가 나무를 헤집고 뛰어다니기도 했다.

화담숲에서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테마원은 ‘소나무 정원’이다. 전국에서 수집된 소나무 1300그루가 심어져 있다. 성인의 어깨높이에 이를 정도로 야트막한 나무부터 15m 이상의 거대한 소나무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소나무는 자란 지역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강원 속초에는 하늘을 향해 꼿꼿이 솟은 형태의 소나무가 많고, 경북 포항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굽이굽이 굴곡진 모양이 특징이다. 이 종들이 모두 화담숲에 자리하고 있다.

● 멸종위기종 보금자리 역할도

화담숲은 점차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의 보금자리 역할도 하고 있다. 어름치(천연기념물 259호), 남생이(멸종위기종 2급, 천연기념물 453호),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등을 보호하고 증식시키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공원 연구원과 함께 토종 남생이의 증식 및 복원 연구를 진행했고, 2017년에는 화담숲 내에서 자체 증식에도 성공했다.

화담숲 초입에 위치한 자연생태관은 국내 ‘토종’ 희귀 민물고기 20여 종, 2000여 마리를 전시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어름치뿐만 아니라 청정 지역에서만 사는 쉬리, 금강모치, 산천어 등을 볼 수 있다. 평일 오전인데도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았다.

화담숲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반딧불이의 서식처도 마련했다. 과거에는 흔했던 반딧불이가 모습을 감춘 이유는 ‘빛 공해’ 때문이다. 암수가 각각 내는 불빛으로 짝을 인식하고 번식을 해야 하는데, 도시 확장으로 주변에 더 강한 빛이 많아지며 서로를 찾지 못하고 결국 사라지고 있다. 화담숲은 돌담을 쌓아 올리고 물을 대 반딧불이 유충의 터전을 마련했다. 매년 6월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또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못 주변에 풀을 심고 인공 둥지를 만들었다. 화담숲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생태를 복원했더니 화담숲 곳곳에서 도롱뇽, 고슴도치, 다람쥐 등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고 전했다. 방문하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입장료는 성인 1만1000원, 경로 및 청소년 9000원, 어린이 7000원이다.

광주(경기)=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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