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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택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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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보 택배기사’가 된 ‘목사’

한겨레

“교인들이 일주일 동안 어떤 일상을 살다가 주일에 교회당으로 나오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목사님의 택배일기-택배 상자 들고 가리봉동을 누빕니다>(산지니 펴냄)의 저자인 구교형 목사가 2015년부터 택배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다. 1993년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자로, 또 운동가로 살아온 구 목사는 31년차 베테랑 목사다. 2010년 경기도 광명에 교회를 개척한 구 목사는 빠듯한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교인들의 일상과 더 가까워지고자 여러 가지 일을 했다. 택배는 그중 하나다. 구 목사가 택배 배달을 맡은 곳은 구로동과 가리봉동이다. 구로공단이 위치했던 이 두 동네는 2000년대 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뀐 이후에도 작은 공장들과 벌집촌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어 배송 난이도가 꽤 높은 곳이다.

구 목사는 “미로처럼 좁은 골목에 한 집에도 여러 세대가 사는 주택 구조라 물건 주인을 찾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며 “배송을 위해 트럭을 끌고 골목에 들어섰다가 같은 자리에 뱅뱅 맴도는 일도 허다했다”고 한다.

구교형 택배기사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마철에는 비에 젖어서 흐물흐물해진 박스가 오고, 여름철에는 아이스박스가 깨져 국물이 흐르는 경우도 많았다. 겨울철에는 공포의 절임 배추가 기다린다. 설날과 추석에 쏟아지는 명절 선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박스가 찢어져도, 물건이 아무리 무거워도 택배기사는 어떻게든 배송을 해야 했다.”

구 목사는 “택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본업인 주일설교를 위해 성경책을 펼치지만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고꾸라져 잠이 들곤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구교형 택배기사’는 ‘구교형 목사’에게 “목회자로, 사회운동가로 살면서 관념적으로 이해하던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해준다”. 구교형 목사도 이제 “교인들이 일주일 동안 어떤 일상을 살다가 주일에 교회당으로 나오는지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인이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그리 고운 눈길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꼭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도 노동하는 목사는 종교와 사회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도 귀한 시사점을 준다. “종교가 현실과 너무 멀어져 버렸다는 비판을 받는 오늘날에 교회 안 온실 같은 삶, 성도들에게 존경과 칭찬을 받는 삶만으로는 성도들이 진짜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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