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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화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폐부 찌르며 회담 시작한 韓·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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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순직해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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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도 (서로) 멱살도 못 잡겠네. 이래가지고는”

1일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 앞서 널찍한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 같이 말하자 장내엔 큰 웃음이 터졌다.

양 당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청 3층에서 만나 순직해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가졌다. 양측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한 비공개 회동(102분)에 이어 양 당 대표의 독대도 40분 간 이어졌다. 이 대표는 또 “이런 날은 그냥 헤어지는 게 아니라 같이 저녁도 먹고 술도 한 잔 씩 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 아쉽다”고도 했다.

여야 대표가 마주 앉은 자리는 이처럼 겉으론 화기애애한 듯도 보였다. 하지만 날 선 신경전에 냉랭한 공기가 지배했던 분위기였다. 양 당 대표의 모두 발언에서부터 아슬아슬했다. 10분씩의 모두발언이 예정됐지만 이날 한 대표는 13분 간, 이 대표는 18분 간 발언을 했다. 한 대표는 이 과정에서 ‘개혁’을 총 8번, ‘민생’과 ‘격차’는 각각 7번 언급했다. 이 대표는 ‘독재’라는 단어를 두차례 사용하며 정부와 여당에 날을 세웠다.



두 대표의 모두발언 스타일은 판이 했다. 이 대표의 양보로 먼저 나선 한 대표의 모두 발언은 미리 준비했던 원고를 기초로 했다. 반면 이 대표는 주요 키워드를 위주로 발언을 풀어나갔다. 한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이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메모하며 내용을 다듬는 모습도 보였다. 양 당 대표는 각자 폐부를 찌르는 발언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듯한 장면도 포착됐다.

한 대표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검사들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시리즈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사전작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직격했다. “재판 결과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설령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이나 공격을 자제하겠다. (무죄를 확신하고 계신 듯 하니)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는 말도 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표는 입술을 앙다물며 숨을 들이쉬기도 했고, 한 대표의 발언 중간 중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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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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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재명 대표는 ‘제3자 추천 순직해병 특검법’으로 한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특검을 적극 검토하겠다. ‘증거조작’도 특검하자고 했는데 수용하겠다”며 “입장이 난처한 것은 이해하나 정치인이라면 자신이나 주변의 특별한 문제 때문에 국민적 대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이제 결단하라"는 이 대표의 추궁에 한 대표가 껄끄러운 듯 원고를 만지작대는 모습도 보였다.

당초 두 대표의 독대는 예정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양측 정책위의장과 대변인이 합의문을 조율하는 40분 간 따로 얘기를 나눴다. 이 때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대표는 "그걸 얘기해주면 어떡하느냐"며 웃었고, 한 대표는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감한 이슈인 순직 해병 특검법 문제를 두고 조승래 민주당 수석 대변인이 "(회담에서 한 대표가) 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본인 의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당 내 사정이 좀 있다고 했다"고 브리핑하자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법안을 준비 중인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는 등 장외 신경전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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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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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담장엔 이 대표가 2분 가량 먼저 도착했다. 모두 발언 시작 전 사진 촬영을 앞두고는 이 대표가 한 대표의 팔을 붙잡고 자신에게 가깝게 끌어당겼고, “악수 한 번 하자”며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두 대표의 지지자들 20여 명이 국회 소통관, 본관 앞 야외에서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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