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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기고] 대만의 유엔 시스템 회귀, 인도-태평양 평화를 지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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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린자룽(林佳龍) 대만 외교부장관/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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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고사양 반도체의 90% 이상과 AI(인공지능) 혁명을 이끄는 첨단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며 글로벌 제조업의 핵심 공급망을 담당한다. 또 전 세계 해상 무역의 절반이 지나는 대만해협은 주요 국제 수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으로 세계가 큰 번영을 누리고 있음에도 중국은 대만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대만해협에서의 현상 변경 시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친 권위주의의 확장은 전 세계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지도자들은 G7(7국)·유럽연합(EU)·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회의 등 양자 및 다자간 회의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대만해협의 긴장 완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유엔은 아직까지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거나 대만을 유엔 시스템에 포함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미 전 세계는 대만과의 새로운 협력을 시작했고 이는 글로벌 혜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엔 시스템은 중국과 대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잘못된 이분법적 사고에 얽매여 있다. 유엔은 구시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이 바로 대만을 배제하는 부당한 정책을 재고할 적기다.

유엔이 우선적이고도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1971년에 채택된 유엔 총회 결의안 2758호를 더는 왜곡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유엔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중국은 해당 결의안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자신들의 ‘하나의 중국 원칙’과 부당하게 연결, 대만이 유엔 및 그 산하 기관에 참여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를 억압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한 ‘하나의 중국 정책’과는 크게 다르다.

전 세계는 이러한 중국의 부당한 주장과 사실 왜곡이 대만 시민과 언론인의 유엔 청사 접근 차단, 회의 참석 불허, 취재 방해 정도의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베이징이 유엔 결의안 2758호를 왜곡하고, 그것을 무기 삼아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잘못된 주장을 하는 것은 향후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다.

중국의 허위 주장과 달리 결의안 2758호는 유엔에서의 중국 대표권 문제만을 다루고 있다. 이 결의안에는 대만이 언급되지 않으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거나 중국이 유엔 시스템에서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지 않다. 즉 이 결의안은 대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셈이다.

이번 사례는 국제 사회가 자국의 주장만을 받아들이길 강요하려는 중국의 강압적인 태도를 여실히 드러낸다. 중국의 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베이징의 ‘궤변’은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훼손하는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도 최근 몇 달 동안 일부 미국 고위 관리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중국의 결의안 2758호 왜곡과 대만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에는 38국과 EU 소속 250명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국제 조직인 대(對)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가 ‘유엔결의안 2758호에 대한 IPAC의 모범적 결의’를 통과시키며 대만에 대한 구체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유엔은 유엔헌장에 명시된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해 결의안 2758호의 올바른 해석을 되찾고, 중국의 공격적인 야망에 맞서 싸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의 확장주의 야심은 대만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최근 중국 해경이 도입한 규정들은 중국의 근거 없는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광범위한 회색 지대 전술의 일부다. 이러한 규정을 통해 선박에 대한 검문과 억류를 정당화하고, 분쟁 해역에 개인이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중국은 국제 해역에 대한 통제를 주장하고 세계적인 규범과 영유권 주장을 관철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글로벌 평화와 경제 안정을 위해 유엔과 국제 사회는 베이징의 강압적인 행태에 경계를 강화하고, 그들의 불법적인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역사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민주주의의 결기(決起)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 협력을 위한 세계 최고 협력 체제인 유엔 시스템은 지역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경제 안정을 지원하기에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

다가오는 제79차 유엔 총회와 ‘미래 정상회의’는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 글로벌 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진전시키며,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더욱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시의적절한 기회가 될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대만은 함께 협력한 국제 사회 파트너들에게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임을 입증해 왔다. 최근에는 유엔의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에도 큰 기여를 했다. 대만의 유의미한 유엔 시스템 참여를 받아들이는 것은 잠재적인 지역 위기를 완화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세계적인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유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대만은 자국의 역할을 충실하게 지속해 나갈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뜻이 맞는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다. 대만은 세계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 더 안전하고 나은 세상을 위해, 유엔 시스템에 대만이 포함되어야 한다.

[린자룽(林佳龍) 대만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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