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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트럼프는 왜 ‘이상할까’...심리학은 그를 ‘에피소드형 인간’으로 분석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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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상해(weird)’라는 언어 공격
트럼프를 ‘보통사람’으로 치환하는 효과
과거서 배워 관점 형성하는 ‘서사정체성’
트럼프에겐 이런 이야기·서사 텅 빈 상태


매일경제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린 공화당 트럼프 대선 후보 측 이미지 광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에 따라 슈퍼히어로로 그를 형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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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바짝 다가왔습니다.

경합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판세가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긴다면 어떤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이상하다(weird)’는 언어의 마법이 민주당 최고의 선거 전략으로 꼽힐 가능성이 큽니다.

그의 도덕적 결함과 세계에 대한 위협, 히스테리 등을 공격하는 과거 민주당의 정치 용어들은 너무 거창하고 당파적인 언어였습니다.

반대로 툭 던지는 형태의 ‘이상해’라는 가벼운 언어 공격은 트럼프를 가랑비에 옷 젖듯이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의 러닝메이트인 JD 반스조차 자녀 없는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캣 레이디)으로 ‘이상해’라는 공격에 난타당하고 있습니다.

제미마 켈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이상해’라는 단어가 유권자들에게 먹히는 이유로 ‘재미’라는 가치와 더불어 특권층으로 인식되는 트럼프를 ‘보통사람’의 지위로 끌어내린다고 분석합니다.

미국 최고의 부동산 재벌이자 한 차례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트럼프를, 심지어 얼마전 최악의 총기 피습에서 살아나 주먹을 불끈 쥐었던 초인적 에너지와 천운의 소유자를 그저 ‘이상한 사람’으로 호칭하며 보통사람의 영역으로 소환한다는 것이죠.

이 마술의 언어가 갖는 정치적 효용성을 간파한 듯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에 대해 “유치한 변명에, 미친 음모론에 거짓말, 심지어 군중 규모에 대한 이상한(weird) 집착까지 가지고 있다”고 언급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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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이상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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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도, 트럼프도 마뜩지 않은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이 공격 프레임은 “그래도 해리스가 덜 이상하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심리학에서는 트럼프의 이상함을 어떻게 규정하고 그 이상함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고 있을까요.

2020년 3월 노스웨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인 댄 맥애덤스는 ‘도널드 트럼프의 이상한 사례 : 심리학적 고찰’(옥스퍼드대 출판부)이라는 책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습니다.

그와 그 제자들이 수 백건의 트럼프 관련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로, 특이하게도 트럼프에게서는 그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는 서사(내러티브)와 이야기(스토리)가 없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한 사람을 판단할 때 ‘서사 정체성’이라는 방식으로 분석합니다.

한 인물이 겪은 스토리와 나열된 스토리에서 그 인물이 형성하는 인생에 대한 관점, 통일성 등 서사가 구성되며 이 스토리와 서사를 통해 인격적 특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트럼프에게서는 이상하게도 서사 정체성 자체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진단합니다.

이 심리학적 해석 도구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투사해보면 두 지도자는 서로 다르지만 과거의 실수를 속죄하고 장애물을 극복하거나 강력한 재기에 성공한 감동적인 인생 스토리들이 줄줄이 나타납니다.

반면 트럼프는 내면의 스토리가 당면한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에피소드별로 구성돼 있을뿐, 트럼프 스스로 정의하는 삶의 이야기와 서사는 텅 비어 있다는 것입니다.

강박적으로 현재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순간과 순간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고, 성찰도 없으며, 성장의 가능성도 없는데 트럼프가 바로 이런 에피소드형 인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한 전투에서 다음 전투로 승리하기 위해 차례로 노력하면서 인생을 에피소드별로 움직인다. 에피소드는 서로 이어지거나 서사의 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맥애덤스 교수는 트럼프가 마음 속에서 자신을 하나의 인격이 아닌 페르소나(가면)에, 그리고 현실의 인간이라기보다 슈퍼히어로에 가깝게 그리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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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발간된 댄 맥애덤스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도널드 트럼프의 이상한 사례 : 심리학적 고찰’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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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어떤 성장이나 학습에 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왜냐하면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작아져야 하는데 그의 에피소드에서 영웅은 매 장면마다 승리하기 때문에 (작고 실패한 모습이 만드는) 컴백 스토리가 없다.”

맥애덤스 교수는 특히 트럼프 1기 대통령직 수행 과정에서 발견한 가장 충격적이며 전례 없는 결과로 트럼프가 ‘도덕적 언어’를 거부한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을 세계에 대한 힘으로 보지 도덕적 힘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 100년 간 다른 미국 대통령과 달리 인권 존중이나 폭압정치에 대한 반대 등 미국의 신성한 가치를 옹호하는 데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는 순전히 거래에만 관심이 있다.”

맥애덤스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덕적 언어를 거부하는 리더십을 보인 이유 역시 자신의 삶에서 도덕적 스토리를 만들지 못한 데서 야기된 결과라고 평가합니다.

“트럼프의 이상한 성격의 특징, 즉 사랑에 대한 성향, 비진리에 대한 기질, 자기애적인 목표 의제, 권위주의적 정서는 그의 내면에 텅 빈 서사의 중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깨달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빌리지피플의 YMCA 노래에 맞춰 이상한 손동작으로 춤을 추는 그의 행동부터 각종 성향 상 특징들. 그의 내면 속 스토리와 서사가 텅 비어있고 자신을 실제하는 인간이 아닌 슈퍼히어로와 같은 가면으로 인식한다는 점 등에서 우리가 지지하는 트럼프는 감쪽같은 가짜(truly authentic fake)라고 그는 결론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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