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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한동훈 효과' 어디로... 무기력한 與 "의료 공백에 침묵, 특검은 끌려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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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때 올랐던 지지율 다시 하락
의원 다수 '냉담한 관망', 한동훈에도 '성급한 차별화' 지적
한국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 논의를 위해 경북 구미시 산동읍에 위치한 반도체 소재·부품 전문기업인 원익큐엔씨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구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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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 등장 한 달여 만에 국민의힘이 이전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전당대회를 통해 반짝 치솟던 '한동훈 효과'가 벌써 희미하다. 당 쇄신을 통한 '변화'나 원팀의 '단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핵심 이슈마다 번번이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니는 처지가 됐다.

의료 공백에 침묵하고 야당발 특검 의제에 끌려다녀


의료 공백 대응이 대표적이다. '응급실 뺑뺑이'로 불안감이 커지는데도 집권 여당이 국민을 안심시킬 대책이나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대통령실이 거부하고 의료계 반응도 냉담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 대표와 의사 출신 의원, 국회 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의료계 인사들을 만나 물밑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대신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야당이 주도하는 의제를 방어하는 데 급급하다. 민주당이 3일 한 대표 의견을 일부 수용했다면서 다시 발의한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안을 보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심 안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당내 강성층 반발을 의식해 순수한 제3자 특검안이 아니라 야당에 특검 후보 비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빌미로 채 상병 특검에 대한 결단을 미룰 참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한 대표가 일찌감치 특검법 발의를 약속해놓고는 시간만 끄는 모양새다. 한 대표가 강조한 국민 눈높이에도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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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성준(왼쪽부터), 조국혁신당 정춘생,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야5당이 공동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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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때 올랐던 지지율 다시 하락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를 보면 4·10총선 참패 직후 30%초반에 머물렀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7월 전당대회 전후로 35%대까지 올랐지만 최근 조사에선 다시 30%로 떨어졌다. "당의 지지율을 우상향으로 끌어올리겠다"던 한 대표의 공언과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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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인사 후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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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다수 '냉담한 관망', 한동훈에도 '성급한 차별화' 지적


당 개혁도 못하고, 원팀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당 의원 다수가 한동훈 지도부에 대해 '냉담한 관망'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절반 넘게 남아 살아있는 권력인 데다, 당대표 임기를 감안하면 다음 총선 공천을 놓고 한 대표에게 의존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4일 통화에서 “한동훈 대표가 대안을 제시해도 대통령실이 이를 받아들이지도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국민들 반응이 나빠지고 있다"며 "우선 대통령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대표가 약속한 '중도·수도권·청년' 민심을 회복할 개혁과제를 강단 있게 추진하지 못하면서 윤 대통령과 성급한 차별화를 꾀한 것도 실책으로 꼽힌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나서는 전쟁 같은 상황에서 한 대표가 당정 간의 균열의 빌미를 제공하는 건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며 “차별화도 좋지만 그전에 당에 제대로 착근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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