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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단독] 성매수 후기 많고 소문 파다해도 경찰 “증거 없다”…구멍 난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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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운영 중인 마사지 형태 성매매 의심 업소 내부 모습.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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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제정 20년을 맞은 2024년에도 불법 성매매 산업은 여전히 번성 중이다. 30조~37조원 규모로 추산(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16년 기준)됐던 성매매 산업을 지탱하는 주범은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자이지만, 정부 책임도 적지 않다. 한겨레 탐사팀이 5개월간 추적하며 확인한 당국 대처의 문제점들과 고수익 사업이 된 성매매 알선업의 적나라한 실태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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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내용의 입증 자료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성매매 알선을 했는지 고발 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



2023년 7월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구 역삼동 ‘블○○안마’ 성매매 알선 혐의 고발 건을 불송치(각하) 결정하면서 고발인 쪽에 이렇게 통보했다. 앞서 성매매 감시·예방 활동을 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는 현장 조사를 거쳐 그해 3월 블○○안마를 고발한 바 있다. 센터는 성매매 신고·민원이 접수됐거나 관련 혐의로 처벌됐던 업소를 모니터링 대상에 올리고 지속적으로 살피는데, 블○○안마도 그 중 한 곳이었다. 지난해 현장 조사 때 블○○안마 쪽은 센터 여성 조사원들의 진입을 막았고, 센터는 온라인에 올라온 블○○안마 성매매 후기들을 여럿 확인해 경찰에 고발했는데 결국 각하된 것이다.





성매매 후기 여럿인데…경찰 “입증자료 없다”





경찰은 ‘고발이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언론 보도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의 게시물, 익명의 제보, 고발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자로부터의 전문이나 풍문 또는 고발인의 추측만을 근거로 한 경우 등으로서 수사를 개시할 만한 구체적인 사유나 정황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경찰수사규칙 제108조 4항 라)에 해당한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시함께상담센터는 2018년에도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블○○안마를 고발했는데, 당시도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



문제는 경찰의 이런 결정이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1990년대부터 운영돼 온 블○○안마는 유명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소개돼 있고 성매매 후기 커뮤니티에도 자주 등장하는, 서울 강남에서 널리 알려진 클럽형 성매매 업소이기 때문이다.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지난 6월 말 기준 성매매 사이트 한곳에서만도 블○○안마 성매매 후기글 13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업소와 관련된 경찰 활동은, 2019년 40대 남성이 카운터에서 난동을 부려 영업방해 혐의로 체포돼 벌금 50만원이 선고된 사건과 2018년 ‘불법 성매매를 신고하겠다’며 블○○안마를 상대로 돈을 뜯어낸 이른바 ‘탕치기’범을 잡아준 사건까지 두개가 전부다. 불법 성매매를 처벌하기는 커녕 업소 영업에 방해된 이들만 처벌해온 셈이다.



관할 구청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을 통해 받은 서울 강남구청의 최근 10년간 블○○안마 행정처분 내역을 보면, 2023년 6월16일 손님에게 ‘주류제공 및 취식’을 이유로 경고 처분한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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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서 운영 중인 안마 시술소 건물.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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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수사 부진…경찰·업소 유착 의심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기관의 소극적 태도는 성매매업소와 경찰이 유착돼 있기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 탐사팀과 만난 한 풍속계 경찰은 “(시대가 바뀌어) 2000년대 들어선 뒤론 경찰 유착은 없다”고 확언했지만, 관련 혐의로 경찰관이 징계를 받거나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경기 평택시 한 경찰관은 2021년 지인에게 소개받은 성매매업소 실제 업주 대신 바지사장을 불구속 입건해 업주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또 서울 동대문경찰 한 경찰관은 성매매업소 관계자가 업소를 운영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단속정보를 알려주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적발돼 2021년 5월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는 2020년 업주와 유착 등 혐의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낸 징계처분취소 소송에서 “성매매 업자들과 유착을 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해당 경찰관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성매매업소 관계자에게 “풍속단속팀으로 갈 것 같다”고 언질을 줬고, 업소 관계자는 “돈으로 보답하겠다”면서 “단속팀 가면 단속 정보를 주면 좋고 나중에 조서라도 잘 받아줬으면 좋겠다. 구속이라도 면하게 해주던가”라고 호응했다. 이 경찰관은 언질 두달 뒤 실제로 한 지방경찰청 생활안전부 풍속수사팀으로 발령났고, 해당 성매매 업소에 2천만원을 투자해 수익금 200만원을 받기도 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위에 넘겨졌다.



조은희 의원(국민의힘)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업소유착 비위징계 현황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경찰관 42명이 업소유착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종류별로는 금품·향응 수수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단속정보 제공 7건, 사건청탁 6건, 단속중단과 사건 부당처리 각각 1건이었다. 유착 대상은 성매매 업소가 19곳으로 가장 많았다.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유착 비위 징계자 현황을 요청했으나, 경찰청은 “유착 통계는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성매매업소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장에서 증거를 명백하게 찾아야 재판에 넘겨지고 유죄로 인정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성매매업소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갈수록 교묘한 방법으로 성매매 영업을 해나간다. 경찰청 풍속계 한 경찰관은 “예전엔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 단속도 했지만, 요즘은 업소들이 더 음성화되고 조직화하면서 처음 오는 손님은 들이지 않기도 한다”며 “(시대가 바뀌어) 인권 문제도 예민해서 수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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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알선 사이트 대응도 너무 느려





성매매 관련 사이트 접속차단 등 조처가 너무 느리게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자료를 보면, 인터넷 성매매 관련 정보시정(차단) 요구는 최근 5년 동안 총 8만6187건이었다. 지난해 요청건수가 2만5236건인데, 올해는 7월 말 기준 2만7347건으로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는 증거를 채집하기 까다로운 경우에는 실제 접속차단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틈을 타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자들은 사이트 주소를 바꿔가면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이트 주소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심의 절차는 밟아야 한다. 경찰과 방심위 쪽이 성매매 알선 사이트 단속을 두고 입을 모아 “힘이 빠진다”고 말하는 이유다.



일주일에 두번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이뤄지는 심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도 빨리 차단해달라는 요구가 많다. 위원회도 신속하게 접속차단을 하고 싶지만, 규정상 그렇지 못한다”면서 “국회가 나서서 성매매 알선 사이트도 서면심의가 가능토록 법을 개정해주면 지금보다 빠르게 차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방통위법에서는 디지털 성착취물의 경우만 신속한 조치를 위해 서면심의(전자문서 포함)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인권희망 강강술래’ 이정은 대표는 “일반적인 성매매 사이트뿐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를 통한 성매매 알선도 손쉽게 이뤄지고 있어 실정이 더 나쁜 상황”이라며 “접근이 쉬워지다 보니 성매매 연령대도 계속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성매매 알선 문제에 대한) 수사 당국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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