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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만파식적] 란웨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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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지난해 7월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충격적인 수치를 공개했다. 한 달 전 청년(16~24세) 실업률이 21.3%로 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청년 실업률은 2022년 12월 16.7%에서 6개월 연속으로 수직 상승하고 있었고 7월 신규 대졸자가 쏟아지면 사정은 더 나빠질 게 뻔했다. 결국 한 달 뒤 국가통계국은 “구직 중인 재학생을 통계에 포함할지 연구가 필요하다”며 돌연 통계 발표 중단을 선언했다. 올해 1월 새 집계 기준에 따라 발표가 재개된 청년 실업률은 2023년 12월 기준 14.9%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올 7월 청년 실업률은 17.1%로 다시 뛰어올랐다.

최악의 청년 실업난에 갇힌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요즘 ‘란웨이와(爛尾娃)’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직역하면 ‘썩어 문드러진 꼬리를 가진 아이’로 고학력이면서 저임금 일자리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거나 부모에 의지해 사는 백수 청년을 뜻한다. 수년 전부터 중국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금난에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 일명 ‘란웨이러우(爛尾樓)’에서 따온 말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이 ‘개혁개방 이후 최대 위기’라고 진단하는 중국의 경기 부진과 노동시장 불균형 속에 올해 배출된 1179만 명의 대졸자 중 다수가 란웨이와로 전락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약 48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대학생 중 상당수는 평생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저소득층에 머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전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7월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15~29세)이 1년 새 4만 2000명 늘어 44만 3000명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했거나 아예 일할 생각이 없어졌다고 한다. 한창 경제활동을 시작할 젊은이들이 고용시장에서 이탈해 무기력에 빠진 것은 사회 불안을 초래하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해 청년들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신경립 논설위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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