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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투데이 窓]회사 중간관리자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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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지훈 변호사




회사에 다니는 내 친구들은 대부분 부장이자 팀장으로 일한다. 20년 이상 재직한 후 이제 중간관리자로 일하는 것이다. 중간관리자는 말 그대로 중간에 끼어 있는 자다. 경영진을 구성하는 임원과 실무를 담당하는 근로자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보통 그들은 경영진과 실무자 사이에서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임원은 자신의 계약기간인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만 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이것들은 실무자들을 쥐어짜면 손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특히나 임원의 입지가 조직 내에서 단단하지 못하고 연말에 있을 계약연장에 성과가 직결된다면 그의 리더십은 좀 더 가혹해질 수 있다.

반면 근로자 팀원들은 조직에서 부여받은 KPI(핵심성과지표)에 따른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그에 따른 평가와 연봉인상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조직관리 측면에서 KPI가 근로자 개인과 조직의 성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살아 있는 조직에는 이상한 정치와 도덕적 해이 같은 문제들로 무임승차자가 적지 않게 생기며 조직과 개인의 목표가 괴리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과거와 같이 근로자가 한 조직에 오랜 기간 충성하는 상황은 많이 사라졌다. 게다가 적정한 이직을 통해 직급과 연봉을 높이는 것이 영리한 전략으로 통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충성을 유도하는 조직관리로는 근로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도 없다.

임원과 팀원 사이에 끼어 있는 중간관리자는 바로 이 상충하는 이해관계 안에서 임원의 지시와 팀원들의 요구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제 관리자로서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조직의 조건 위에 선 경우가 많았다.

내 경험에 따르면 보통의 중간관리자들은 기본적으로 임원의 눈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이에 적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원과 달리 팀장과 임원은 훨씬 오래전부터 같은 회사에 근무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상사가 지시한 과중한 업무를 기한 내에 완수하며 회식에는 반드시 참석하는 노동문화에 익숙하다.

그러나 20, 30대 팀원들은 이러한 전근대적 조직문화에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초과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미리 고지돼야 하고 업무지시권이 상사에게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부당하다면 이의를 제기하며 회식이 도대체 회사 생활에서 왜 필요한지 모르는 것이다.

끼어 있는 많은 팀장이 자신의 위치를 힘겨워한다. 자신들은 젊은 시절 조직을 위해 스스로를 회사형 인간으로 개조했는데 지금 팀원들은 그런 양보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임원의 요구에만 맞춰 팀을 이끌어가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조직에 따라 중간관리자가 팀원들의 상향평가를 받기도 하고 팀장의 업무지시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도 있다. 불합리한 야근강요, 과중한 업무부여, 강압적 회식참여 요구는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될 수 있다.

얼마 전 만난 대기업 영업부서 팀장으로 일하는 친구의 고민이 정확히 이 지점에 놓여 있었다. 부서장은 자신의 다음 포지션에만 관심이 있고 팀원들의 안위에는 별 생각이 없다. 부서의 팀원들 역시 사업부에서 자체 채용한 자들로 대기업 계열사에 재직했다는 이력이 중요할 뿐 업무에 의욕이 없기는 임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은 허울에 불과하고 시장 열위자로서 새로운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야 하는 이 사업부에서 사업방향에 맞지 않는 업무지시와 함께 불합리한 초과근무를 지시받는 경우 팀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업무보다 회식을 원하는 임원 앞에서 그는 어떻게 팀을 이끌어가야 할까. 내가 그에게 한 성급한 조언은 해당 사업부를 빨리 벗어나라는 것이었다. (양지훈 변호사)

양지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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