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에 당 차원 별도 해법 강구
대통령실 "차관 경질 전혀 검토 안 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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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 대란' 위기가 고조되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들끓고 있다. 급기야 친한동훈(친한)계에서 보건의료 책임자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다. 의료공백 사태를 둘러싼 당정갈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 최측근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5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차관을 겨냥 "해마다 2,000명씩 의사를 늘리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뢰를 상실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 차관은 전날 MBC라디오에 나와 "(응급실에) 전화해 알아볼 수 있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주장했다가 비판을 자초했다.
국민의힘 친한계 모임인 '첫목회'도 가세했다. 당초 박 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첫목회가 주관한 의료대란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전날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첫목회 소속 김재섭 의원은 SNS에 "이것이 의정 갈등을 풀어내는 정부의 태도인가"라며 "여당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을 만나 토론하고 설득할 용기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국민을 설득하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상수 대변인도 "여당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라고 가세했다.
여당이지만 정부를 향한 비판대열에 합류해야 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4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 여부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2%로 절반을 넘었다. '계획대로 내년부터 정원을 확대하자'는 답변은 41%에 그쳤다.
자연히 한 대표도 정부·대통령실과 선을 그으며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최고위에서 "당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보강해 응급실 등의 의료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찾겠다"고 밝혔다. 정부 기조를 따르기보다는 별도 대책을 강구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를 특위위원으로 추가하는 등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자는 취지"라며 "당은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대표는 국회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비공개로 만나 의료개혁 등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 재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여권 내부의 불만이 커지는데도 대통령실은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김 최고위원의 '저격성' 발언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박 차관 경질 요구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원내 다른 지도부는 한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미래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며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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