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6 (월)

“창조와 진화는 과학보다 믿음의 문제, 둘 다 가르쳤으면”…공직자와 창조론 [필동정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매경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등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는 것이다.

청문회에서 불거진 ‘창조론’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안 후보자는 창조론에 관한 질문을 받고 “창조론과 진화론은 과학적 증거보단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양자를 같이 가르쳤으면 좋겠다”면서도 “다만 인권위원장 영역의 밖”이라고 했다. 창조론을 옹호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업무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창조설 교육은 미국 공립학교에서도 오래된 논쟁이다. 100년 전 테네시주의 한 생물 교사가 진화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는 이유로 고소됐다. 당시 테네시주 법은 인간이 낮은 단계의 동물에서 기원했다는 진화론을 가르치는 행위를 금지했다. 재판에서 주로 개신교 신자들로 구성된 배심원은 벌금 100달러를 부과했다. 이후 1968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종교적 신념·주장을 이유로 지식을 교육하는 것을 방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1986년 공립학교에서 창조설을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금지됐다.

국내 인사청문회에서 ‘창조론 신념’은 단골 논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진화론과 창조론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있기에 미래부 장관으로서 답변하기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진화론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고 동의한다. 창조과학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결국 입장을 굽히며 장관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성진 후보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신앙적인 입장에선 지구 나이를 6000년이라고 본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임명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기자회견까지 열고 “창조론이 아닌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후보 지명 22일 만에 사퇴했다. 차라리 공직자 인사 검증에 “창조론을 믿으십니까” 문항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서찬동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