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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국방과 무기

4분의1 값에도 안 산다… 中전투기, 친중국가도 외면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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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세르비아·태국, 차기 주력 전투기로

프랑스 라팔·스웨덴 그리펜 각각 선택

작년 사우디 이어 국제 수주전 3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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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J-10C.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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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대표적인 친중국가 세르비아가 낡은 미그-29를 대체할 전투기로 프랑스산 라팔을 결정하면서 중국이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자국산 J-10C 수출을 위해 공을 들여왔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는 거죠. 소셜미디어에는 “성능도 대등하고 가격은 4배나 싼 데, 어떻게 철맹이라는 나라가 라팔을 선택하나”는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8월29일 1박2일 일정으로 세르비아를 국빈 방문해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부치치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라팔 전투기 구매 계약을 공식 발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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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6월 파리에어쇼에서 비행 시험을 보이는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전투기. 세르비아는 8월29일 라팔 전투기 12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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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J-10C는 국제무대 수주전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J-10C와 스웨덴 JAS 39 그리펜 사이에서 고심해온 태국도 8월27일 그리펜을 구매한다고 발표했어요.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공을 들였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작년 말 프랑스 라팔 전투기를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유럽의 대표적인 친중국가

발칸반도 내륙에 있는 세르비아는 헝가리와 함께 동유럽의 대표적인 친중국가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 부응해 왔고, 작년엔 부치치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습니다. 시 주석도 지난 5월 프랑스 방문 직후 세르비아를 답방했죠.

세르비아는 중국산 무기 수입국이기도 합니다. 최근엔 HQ-17AE 근거리 방공시스템, FK-3 중장거리 방공미사일 등을 중국에서 사들였어요.

세르비아는 이번에 12대의 프랑스 라팔 전투기를 27억 유로(약 30억 달러)에 들여온다고 밝혔습니다. 대당 가격이 2억5000만 달러인 셈이죠. 동유럽 소국인 세르비아는 옛소련에서 들여온 미그-29 14대가 공군의 주력입니다. 이번 계약으로 오는 2028년부터 라팔 12대가 들어오면 미그-29는 모두 퇴역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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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8월29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열린 공동 기자회견 직후 손을 맞잡고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라팔 전투기 12대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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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비싸도 검증된 라팔 택해

중국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세르비아에 J-10C 판매 의사를 타진했다고 합니다. 파격적인 가격도 제시했다고 해요. 하지만 세르비아의 최종 선택은 라팔 전투기였습니다.

J-10은 미국의 소형 다목적 전투기인 F-16을 겨냥해 만든 단발 엔진 전투기로 2005년에 실전 배치가 이뤄졌어요. 동체 크기와 이륙 중량 등은 F-16과 비슷합니다.

J-10C는 초기 모델을 개량해 2018년에 내놓은 기종으로 능동형 위상배열레이더(AESA) 등 최신 전자장비를 장착했다고 해요. 다만, F-16, 라팔 등 경쟁 기종보다 무장탑재량이 떨어지고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입니다. 대당 가격은 6000만 달러 정도로 라팔보다 훨씬 싸다고 해요.

라팔은 인도, 이집트, 카타르 등에 수출된 프랑스의 주력 전투기입니다. 소형 기체인데도 무장탑재량과 기동성이 뛰어나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게 강점이에요. 리비아 공습, 아프가니스탄 내전, IS 공격 등에 투입돼 실전에서 성능이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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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J-10C. /중국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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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훈련 파트너 태국은 그리펜 낙점

친중, 친러 노선을 걸어온 세르비아가 J-10C 대신 라팔을 선택한 데는 정치적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요. 세르비아는 2009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신청했지만 코소보 분쟁, 국내 민주주의와 법치 문제 등으로 인해 가입 절차에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EU의 맹주인 프랑스의 도움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라팔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와요.

친중 노선을 걸어온 태국이 J-10C 대신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를 택한 것도 중국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에요. 중국과 태국은 2015년부터 매년 연합 공군 훈련을 해오고 있는데, 중국은 수년 전부터 J-10C를 이 훈련에 투입해왔습니다. 태국이 1980년대에 들여와 낡은 F-16 전투기를 대신할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자 J-10C 판촉에 들어간 거죠.

이번 수주전에서는 미국 록히드 마틴의 F-16V, 스웨덴의 그리펜, 중국의 J-10C가 경쟁했는데, 태국은 JAS 39 그리펜 전투기를 낙점했습니다. J-10C는 작년 사우디아라비아 수주전에서도 프랑스 라팔에 고배를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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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브의 JAS 39 C/D 그리펜 전투기. 태국은 낡은 F-16을 대체할 전투기로 이 기종을 선택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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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엔진 성능, 신뢰도 떨어져

J-10 전투기를 구매한 해외 국가는 중국이 철맹으로 꼽는 파키스탄이 유일합니다. 총 36대를 판매하기로 했고, 이 중 10대 정도를 인도했어요.

중국 전투기가 세계무대에서 외면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중국산 제트 엔진(WS-10)의 성능과 신뢰도 문제입니다. 예전보다 출력은 좋아졌지만 출력의 지속성, 연료 효율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해요.

6톤이 채 못 되는 무장탑재량도 문제라고 합니다. 다목적 전투기가 되려면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탑재량이 적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추가 연료통이 없어 작전 거리가 짧다고 합니다. F-15와 F-16, J-10C를 모두 몰아본 파키스탄 공군 조종사는 한 군사 전문지 기고문에서 “레이더 탐지 능력도 좋고 기동성도 괜찮은 편인데, 무장 탑재량이 적고 출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더 강한 엔진으로 교체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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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8일 세르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치치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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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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