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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쿵! 잘못하면 나락 갈 뻔”…도로위 지뢰 포트홀, 요즘들어 많아진 이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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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간 포트홀 보수비용 1349억원
2007년 中企간 경쟁제품 지정된 아스콘
입찰담합 늘며 품질 개선·기술 개발 소홀


매일경제

최근 내린 비로 인해 서울 서강대교 남단에 생긴 포트홀 모습. 연합뉴스


직장인 권준호 씨(33)는 최근 운전을 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춘천에서 대구로 가기 위해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나타난 포트홀(도로 파임)을 피하지 못해 차가 심하게 덜컹거렸기 때문이다. 권씨는 “지뢰를 밟은 줄 알았다”며 “하마터면 운전대를 놓칠 뻔 했다”고 말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권씨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차 상태를 살폈는데 타이어 한쪽 공기가 심하게 빠져 있었다. 그는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에 연락해 보상을 받긴 했지만 자주 다니는 도로에 포트홀이 너무 많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전국 도로 곳곳이 포트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포트홀을 못 보고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갈 경우 타이어와 휠이 파손될 수 있고, 포트홀을 발견하고 갑자기 운전대를 꺾을 경우 옆 차량과 충돌할 위험도 있다.

포트홀이 발생하는 원인은 1차적으로 폭우와 폭설 같은 자연재해지만, 건설·토목 업계에서는 중소기업만 관급 시장에 납품할 수 있는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의 품질 불량 문제도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입찰 담합 관행 속에 ‘나눠 먹기’식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경쟁이 제한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12일 매일경제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국 고속도로 포트홀 발생 건수는 총 2만2752건에 달한다. 2019년 3717건, 2020년 4440건, 2021년 4285건, 2022년 4509건, 지난해 5801건으로 증가 추세다.

고속도로 포트홀 사고에 의한 피해보상 건수도 같은 기간 크게 늘었다. 2019년 707건이었던 피해보상 건수는 2020년 795건, 2021년 1218건, 2022년 1737건, 지난해 2580건으로 5년 만에 3.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급된 피해보상 금액은 120억원이었다. 2019년 6억4600만원에서 지난해 44억3800만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도로포장 업계 관계자는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전체 도로로 확대하면 지난 5년 간 포트홀 보수 비용은 무려 1349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자료=한국도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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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홀은 도로 포장면 내부의 빈틈과 균열부로 빗물이 많이 침투해 약해진 지반 위를 차량이 반복적으로 지나며 압력이 가해져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불량 아스콘이 포트홀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아스콘은 모래와 자갈 같은 골재를 녹인 아스팔트로 결합한 혼합물이다. 도로공사, 주차장 포장, 단지 주진입도로, 하수관거 등에 건설 자재로 쓰인다. 민간 기업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주요 수요처로 관수 물량 비중이 매년 발주 물량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지난 2007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아스콘을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 이후 중소기업들의 입찰 담합이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담합을 통해 정해진 물량을 나눠 공급받는 업체들이 아스콘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저품질 아스콘을 납품하고 있다”며 “지난 15년 간 총 21건의 담합 사례가 적발돼 과징금과 행정기관으로부터 소송을 당해왔음에도 이러한 불공정 행위는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스콘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담합을 근거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을 반대하는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중기부는 담합 발생이 잦은 수도권과 충남 지역에서 3년 동안 아스콘 제품 연간 수요 예측치의 20% 이내에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 예외조항 신설을 고시했다.

그동안 담합을 주도해 온 아스콘 조합은 이에 반발해 고시 취소를 주장하는 소송을 중기부를 상대로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정부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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