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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이슈 국방과 무기

美·英 외교 수장 “우크라 미사일 제한 해제 신속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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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내부까지 타격 가능해질까

조선일보

토니 블링컨(가운데) 미국 국무 장관과 데이비드 래미(왼쪽) 영국 외무 장관이 1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블링컨·래미 장관은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타격 미사일을 지원하면서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없도록 했던 제한을 해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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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의 외교 수장이 1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함께 방문, 영국산 스톰 섀도와 미국산 ATACMS(에이태킴스) 등 장거리 타격 미사일의 사용 제한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의 활로를 열기 위해 미국과 영국 두 나라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사안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핵 공격을 포함해 서방과의 직접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른바 ‘레드 라인(redline·한계선)’으로 설정해 놓은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가 북한과 이란 등에서 불법적인 지원을 계속 받아온 것을 언급하며, 제한 해제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러시아 측 일각에서는 “미국을 이 전쟁의 교전 당사국으로 간주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은 이날 오후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 장관,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신임 외무 장관과 3자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장거리 타격 미사일 사용 제한을 해제해 달라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을 긴급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워싱턴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래미 장관도 “오늘 (장거리 타격 미사일과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전달하고 이를 미국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각각 7억1700만달러(약 1조원)와 6억파운드(약 1조500억원)의 추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약속했다.

조선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1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오른쪽)과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미국과 영국의 장거리 타격 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푸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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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 장관은 3자 회담에서 “러시아 내 ‘합법적 군사 목표물’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합법적 군사 목표물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위치한 비행장, 미사일 발사대, 탄약고 등을 뜻한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을 막고,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약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군사시설에 대한 타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주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의 ‘전쟁 승리 계획’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지원에 달렸다”며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과 관련해서도 (이를 철폐하는) 강력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의의 초점이 된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산 ATACMS 전술 탄도미사일과 영국산 스톰 섀도 순항미사일이다. 각각 사거리가 300㎞와 250㎞로, 현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이용하고 있는 본토 내 군사시설 상당수가 타격 범위에 들어간다. 이 미사일들이 제한 없이 사용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스톰 섀도 지원을 개시하고, 이어 올해 4월 미국이 ATACMS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공식화하자 러시아는 “서방의 노골적 개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영국과 미국이 “러시아 본토 공격에는 쓸 수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핵무기에 대해 언급하는가 하면, 그의 측근들이 “핵무기 사용 교리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위협까지 했다.

서방의 무기 지원 강화가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적 충돌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와 위협, 또 이로 인한 레드 라인 논란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2022년 초 러시아의 침공 직후에는 “방어용 무기만 제공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고, 그해 중반에는 HIMARS(하이마스·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등 고화력 무기 지원 논란이 있었다. 또 지난해 초에는 서방 탱크 지원을 두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F-16 전투기 지원을 두고 같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러시아의 공세 강화와 이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패전 위험이 부각되면서 미국과 서방은 ‘레드 라인’을 넘는 결정을 해왔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현재 ATACMS와 스톰 섀도는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발사 시스템에 러시아 본토에 해당하는 지역의 좌표를 아예 입력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등 러시아 접경 지역을 급습해 점령하는 등 러시아 본토 공격을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과 이란에 계속 손을 내밀며 무기 지원을 받는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AP와 AFP 등은 “특히 최근 러시아가 이란에서 탄도미사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이미 ‘제한 해제’로 내부 입장을 정하고,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장거리 타격 미사일 제한 해제에 대해) 지금 문제를 해결 중(working that out)”이라고 답했다. 블링컨 장관도 래미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긴장 수위를 급격히 높였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격하게 반응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은 이날 “미국과 그 동맹국이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면 그들을 전쟁 당사국으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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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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