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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추석 휴가비 424만원, 정근수당… 의원들 뭔 짓 해도 돈 따박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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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미애 “혈세로 어김없이... 휴가비 절반 기부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아침 국회의원 300명의 세비(歲費) 계좌에는 424만7940원이 일제히 입금됐다. 명목은 ‘명절휴가비’다. 민간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공무원 등 일부만 받는 ‘명절휴가비’를 의원들은 설·추석 때마다 받는 것이다.

조선일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명절휴가비가 들어왔다.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러 명목의 소중한 혈세가 따박따박 들어오는데, 참 마음이 무겁다”고 썼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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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미애(55·재선·부산 해운대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명절휴가비가 들어왔다”며 “국회의원이라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여러 명목의 소중한 혈세가 날짜 되면 또박또박 들어오는데, 참 마음이 무겁다”고 썼다. 김 의원은 “조금이라도 어려운 분들과 나누겠다”며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진심으로 실천하는지 반성하며 오늘도 무겁게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현역 의원이 명절휴가비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국민은 ‘의원들이 일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명절휴가비까지 챙기느냐’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명절휴가비 절반은 약자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초선 때부터 세비 30%를 기부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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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의원들이 이번에 받은 명절휴가비 424만7940원은 ‘월 봉급액의 60%를 지급한다’는 일반 공무원 수당 규정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된 것이다. 통상 세비로 불리는 의원들의 봉급은 관련 법에서 ‘수당’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의원들의 ‘월 봉급액’에 해당하는 일반 수당은 올해 기준 707만9900원이다. 의원들은 일반 수당 외에 매달 관리업무수당으로 63만7190원, 정액급식비로 14만원을 받는다. 1월과 7월에는 정근수당으로 353만9950원씩을 받는다. 이에 더해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각 313만6000원과 78만4000원을 받는다. 이 같은 명목으로 의원들이 연간 받는 돈은 1억5690만860원으로, 월평균 1307만5070원이다. 이 돈은 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어떻게 하느냐와 무관하게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는 한 임기 종료 때까지 지급된다. 김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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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미애 의원은 “21대 국회 때도 같은 명목으로 돈을 받았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정치 공세를 하는 일부 의원을 보면서 그게 과연 국가와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2일 22대 국회 개원식에서 했던 ‘국회의원 선서’가 벌써 공중으로 휘발돼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각종 수당 체계는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명절휴가비 페이스북 글은 어떻게 쓰게 됐나.

“오늘 아침 세비 계좌에 424만원이 입금됐다는 은행 문자메시지가 와서 ‘명절휴가비’가 들어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걸 보니 속이 답답해졌다. ‘우리는 뭔 짓을 해도 또박또박 제날짜에 돈이 들어오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국민 입장에선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명절휴가비까지 챙기느냐’는 마음이 들지 않겠나.”

−국회의 어떤 모습이 답답한가.

“22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지만 진짜로 공감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늘 들었다. 우리 국회가 전혀 딴 세상을 살면서 마치 민생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 시절엔 나 혼자 열심히 하면 됐지만,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같이 잘해야 법을 통과시킬 수 있지 않나. 연금, 의료 개혁까지 모든 게 다 정쟁으로 흐르니 자괴감이 든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도 제대로 안 되고 있고, 연금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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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명절휴가비가 들어왔다며 혈세가 날짜되면 따박따박 들어오는데, 참 마음이 무겁다는 글을 올린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12일 국회 앞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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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괴감이 들 정도인가.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 때 고성, 막말, 삿대질에 퇴장 명령까지 하는 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거라 생각한다. 의원이 국민의 대표라고 하지만 국민이 그런 권한까지 준 건 아니다. 상대를 조롱하고 모멸감을 주는 언행을 지켜보는 나도 괴롭다.”

−명절휴가비, 정근수당 등의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받는다.

“정근(精勤)수당은 성실한 근무에 대한 보상과 격려 차원에서 주는 급여라는 뜻인데, 자기 형사재판 받으러 다닌다고 의정 활동을 소홀히 해도 감액되지 않는다. 부끄럽다. 이런 수당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쟁으로 괴롭다면서도 재선을 했다.

“그래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곳이 국회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시절 약자들을 돕는 입법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바뀌지 않았다. 내가 국회에 들어와서야 출생 통보제와 보호 출산제 등을 입법화할 수 있었다. 내 손길을 거쳐서 지역구 환경이 개선돼 주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도 보람 있다.”

−거의 매일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던데.

“사춘기인 중1 딸을 혼자 돌봐야 해서 그렇다. 딸과 많은 시간을 못 보내는 미안함보다 의정 활동으로 얻는 보람이 더 커야 하는데, 요즘엔 ‘정쟁 국회’로 그렇지 못해 자괴감이 더 크다.”

이날 김 의원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본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에게 배달된 택배 박스 수백 개가 쌓여 있었다. 박스에 적힌 내용물은 홍삼, 꿀, 사과, 한과, 떡 등으로 대부분 추석 선물이었다. 일부 의원실 보좌진은 접이식 카트를 끌고 와 허리 높이까지 박스 수십 개를 싣고 자기 의원실로 돌아갔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1969년 경북 포항 출생. 14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가난으로 고교 1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다. 방직 공장 여공, 잡화점 판매원, 식당 운영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28세 때 동아대 법대 야간대학에 입학해 33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2020년 4월 21대 총선 때 부산 해운대을에서 당선됐고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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