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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고려인 정착 지원법’은 있는데… 해외 입양인 귀향 돕는 제도는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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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들 민간단체 지원에 의존

조선일보

해외입양 일러스트.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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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인 A(51)씨는 태어난 지 3년 만에 서유럽 국가로 입양됐다. 유년 시절부터 입양 부모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다 성인이 된 후 집을 나와 일을 시작했다. 직장·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 A씨는 한국행을 결심했다. 5년 전 자신이 태어난 서울로 돌아온 그는 언어 문제로 직업을 못 구해 줄곧 월세 30만원짜리 쪽방에서 살고 있다. 최근엔 건강까지 나빠져 남은 돈을 모두 병원비로 쓰고 있다. A씨는 “마지막 희망을 찾아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여기서도 도움받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입양인들은 매년 늘고 있지만 이들의 정착을 돕는 정부 제도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해외 입양인 지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아동권리보장원이 주관한다. 보장원은 해외 거주 입양인 대상 ‘모국 방문 투어’나 ‘입양인 가족 찾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회성 행사들이 대부분이고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에 정착할 때 가장 필요한 주거와 의료 지원 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한국으로 돌아온 입양인들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민간 단체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동안 입양인들은 2003년 김길자 경인여대 명예총장이 설립한 서울 ‘뿌리의집’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6000명 이상이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마저도 김 총장의 개인 사정으로 작년부터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김도현 뿌리의집 공동대표는 “한국으로 오는 입양인들은 당장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입양인들의 정착 지원을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계에 속한 고려인을 위해선 2013년 특별법이 제정돼 정부가 경제적 지원과 한국어 교육도 제공하면서 한국 정착을 돕는다. 이에 비해 해외 입양인은 귀화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외국인과 다를 게 없다. 신필식 입양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최소한 한국에 돌아오길 희망하는 입양인들은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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