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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열대야 가니 모기가 왔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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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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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추석 연휴에도 낮 최고기온이 25~33도로 평년(최저 14~20도, 최고 24~28도)보다 높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다행은 편안한 밤의 휴식을 방해하는 열대야가 잦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해꾼이 등장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방해꾼은 바로 모기다. 선선한 가을 날씨가 기대되지만, 모기는 반가워하기 어렵다. 과연 여름 모기보다 가을 모기가 득세한 요즘일까? 감염병을 옮기는 매개모기 등을 감시하는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 이희일 과장에게 가을 모기에 관해 물었다.



“폭염 때 모기가 더 줄어들진 않았다.” 이희일 과장은 “이번 여름 모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데이터도 이번 폭염에 모기가 많이 줄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온열질환 환자가 급증했던 8월 초 지난해보다 모기 수가 늘었다. 질병청이 내는 ‘주간 건강과 질병’을 보면, 32주차(올해는 8월4~10일)에 일본뇌염 매개모기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유문등(모기 채집 기구)에 채집된 평균 전체 모기 수는 591마리였다. 지난해 32주차엔 427마리로, 올해 38% 늘었다.



이 과장은 “몇년 전 폭염이 기승일 때도 모기가 적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도 모기 수는 거의 같거나 약간 늘었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도심 지역에선 폭염이 모기 수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과장은 “도심은 열섬 현상이 있어 일반적으로 모기를 채집하는 지역보다 기온이 훨씬 높을 수 있다”고 했다. 가을 모기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에는 “9월 이후 모기 수는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한여름보다 요즘 모기가 더 극성이라고 느끼는 걸까? 이희일 과장은 모기의 활동 공간이 달라지는 영향일 거라 추측했다. 더운 날씨엔 모기가 야외에서 활동하면 되지만,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면 모기가 조금이라도 더 따듯한 실내로 들어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집 안에서 여름에 모기에 물리는 경우는 드물다. 가을엔 모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욕구가 더 강해져서 더 많이 발견되고 물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을에 모기에 물리면 가려움 증상이 더 심하다는 불만도 많다. 이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많지 않다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그는 추정할 수 있는 여러 근거 가운데 하나를 소개했다. 바로 모기의 크기 영향이다. 이희일 과장은 “가을철이 되면 모기 유충들의 크기가 커진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 몸집을 크게 만든다. 동면하는 동물들이 그 전에 많이 먹어서 몸 안에 영양분을 비축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가을철 활동하는 모기가 좀 더 크다”라고 말했다.



요즘 가장 흔한 모기는 작은빨간집모기다. 이희일 과장은 “작은빨간집모기는 7월부터 늘기 시작해서 8월 개체수가 정점을 찍고 9월 이후 그 수가 점점 준다”고 했다. 이 모기는 일본뇌염 매개모기이기도 하다. 이 과장은 “요즘은 일본뇌염 매개모기가 증가 추세에 있다. 환자는 8월 말부터 시작해 11월까지 발생한다”고 말했다. 올해 첫 일본뇌염 환자는 지난 8월29일 발생했다. 질병청은 일본뇌염 매개모기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35주차 일본뇌염 매개모기가 평균 322마리로 지난해(271마리)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일본뇌염 등 예방을 위해 모기 물림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예방수칙은 △모기가 활동하는 야간(일몰 직후~일출 직전)에 야외 활동 자제 △야간 외출 시 밝은색 긴옷, 품이 넓은 옷을 착용. △노출된 피부나 옷, 신발 상단, 양말 등에 모기 기피제 사용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 사용 자제 △방충망 점검 또는 모기장 사용 △모기 서식 방지를 위해 집주변의 고인 물 없애기 등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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