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우 스님을 만나 “최근 정치로부터 시작되는 갈등과 적대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의료 대란도 이해관계를 서로 조정해야 하는데, 그냥 충돌하다 보니까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종교계의 역할도 이럴 때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진우 스님은 개신교·불교·천주교 등 7개 종단 지도자들의 협의체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에서 이미 한 차례 중재를 시도했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종지협에서도 의료 문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고, 제가 종지협 의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저보고 한 번 중재를 서보라 했다”며 “그래서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왔다가 가고 했지만, 대화를 하는 도중에 (의정 간에) 다른 조치가 있어서 (중재를) 중단했었다”고 했다.
진우 스님은 “이것이 참 어려운 문제”라며 “국민들이 의대 정원을 두고 몇 명이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원을 어떻게든 늘리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다시 “정치권과 이해 당사자만 자꾸 이야기를 하니까, 입술 없이 이빨끼리 부딪히는 형국이 된다”며 “중재를 하고 윤활유 역할을 할 곳이 필요한데, 제가 보기에는 종교계 어른들이 나서주시는 것이 지금의 충돌 양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의정 갈등은) 대화가 아니라 싸움”이라며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나온다. 누군가가 양보하거나 서로 타협하지 않으면 다 절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진우 스님은 “(중재가 되려면) 우리가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전체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더라도 이에 관해 권유하는 부분에 대해 양쪽(의사들과 정부)이 다 수용해준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게 되면 종교계 차원에서 한번 정부하고도 대화해보고,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진 진우 스님과의 비공개 대화 후 기자들과 만나 “진우 스님께서 종지협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한번 공론을 끌어내 보겠다고 하시는데, 저희도 최대한 함께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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