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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8 (토)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333] 왔노라, 봤노라, 먹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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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트레비소(Treviso)의 ‘레 베케리(Le Beccherie)’ 티라미슈. 이 레스토랑의 페이스트리 셰프였던 로베르토(Roberto Linguanotto)가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남아있던 사보이아르디(Savoiardi)과자를 커피에 적시고, 설탕과 마스카포네 치즈를 섞은 후 마무리로 코코아가루를 뿌린 오리지널 레시피다. /박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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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라미슈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탈리아 디저트다. 벨벳 같은 부드러움에 꿈속을 걷는 듯한 촉감, 그리고 코코아와 커피 성분으로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킥’도 있다. 이름은 지역 방언 “티라메-슈(Tirame su)”에서 왔는데, “나를 끌어올리다(pick me up)” 혹은 “기분 좋게 한다”는 뜻을 지녔다.

    이 디저트가 탄생한 배경에 얽힌 설(說) 중엔 베네토(Veneto)주 트레비소(Treviso)의 ‘레 베케리(Le Beccherie)’ 레스토랑 이야기가 꽤 그럴듯하다. 어느 날 주인의 부인이 출산 후 기운을 차리도록 시어머니가 계란노른자, 설탕, 마르살라 와인으로 만드는 전통 커스터드 자바글리오네(Zabaglione)와 커피를 곁들인 든든한 아침상을 차려주었다. 주인은 이에 영감을 받아 페이스트리 셰프였던 로베르토와 힘을 합쳐 디저트를 개발했다. 남아 있던 사보이아르디 과자를 커피에 적시고, 설탕과 마스카포네 치즈를 섞은 후 마무리로 코코아 가루를 뿌렸다. 이렇게 탄생한 티라미슈는 1972년 이 레스토랑 메뉴에 처음 등장했고, 몇 년 후 밀라노 엑스포에 소개되면서 세계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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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 베케리(Le Beccherie)’ 레스토랑 입구의 티라미슈 인증 간판./박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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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라미슈는 워낙 유명한 탓에 레몬이나 요거트, 브랜디나 럼을 첨가하는 등 다양한 변형이 만들어졌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제2의 티라미슈 도시’로 불리는 베를린에서도 수준 높은 티라미슈가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탄생지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넘어서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맛을 초월한, 지역의 재료와 스토리를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 성지순례로 이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은 카이사르의 명언을 외친다. “왔노라, 봤노라, 먹었노라!”

    티라미슈는 고급 레스토랑부터 편의점 냉장고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포용력을 지녔다. 단어의 뜻이 좋아 “당신은 내 커피의 티라미슈!” 같은 애정 어린 문구나 반려견 이름으로도 종종 사용된다. 티라미슈는 고유명사를 제외하면 ‘맘마미아’ ‘돌체 비타’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다섯 개의 이탈리아어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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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 베케리(Le Beccherie)’ 레스토랑 내부. 티라미슈는 1972년 이 레스토랑 메뉴에 처음으로 등장했고, 몇 년 후 밀라노 엑스포에 소개가 되면서 세계로 번져나갔다./박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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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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