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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매일 백악관서 충돌한 대변인과 그 기자...”어쩌면 베스트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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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 폭스뉴스 기자와 잔피에어 대변인

브리핑 때마다 사사건건 충돌… 종종 유머 섞인 대화도

소셜미디어서 밈으로 화제, 수만 조회수 기록

조선일보

폭스뉴스의 백악관 출입 기자인 피터 두시(왼쪽)와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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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백악관 분들은 정말로 지금 다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인가요?”

지난 7월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피터 두시 폭스뉴스 기자가 커린 잔피에어 대변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실망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여 민주당 안팎에서 대선 후보 퇴진 요구가 들끓던 때다. 두시가 ‘고집스럽게 저조한 여론조사와 선거의 판세가 백악관 안의 난리를 만들고 있다’는 폴리티코 기사를 읊으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안 그래도 바이든의 후보 사퇴 여부와 시점을 묻는 질문이 쏟아져 진절머리가 나 있던 잔피에어는 “피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라며 “항상 그랬듯 대선 관련 사안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1987년생인 두시는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4년 가까이 백악관에 출입하고 있다. 두시의 부친도 폭스뉴스에서 아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배우자도 폭스비즈니스 방송사 기자인 언론인 집안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보수 방송사의 백악관 출입 기자는 바이든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고, 폭스뉴스의 열광적 시청자들은 그의 입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낀다. 반면 1974년생인 잔피에어는 2022년 5월 흑인 여성이자 성소수자(LGBTQ)로는 처음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최근 문제 삼고 있는 아이티 이민자 집안의 딸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대척점에 있을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이 백악관 브리핑 때마다 거의 매일 같이 설전(舌戰)을 벌이는데 그 중 몇몇은 소셜미디어에서 밈(meme)으로도 화제가 됐다. 유튜브 검색창에 ‘오늘의 두시와 잔피에어’란 추천 검색어가 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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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4월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출입기자단(WHCA) 만찬에 참석한 피터 두시(오른쪽)와 스티브 두시 부자.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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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가 공격적인 질문을 하거나 빈정댄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달 12일 “언제부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 문제에 대한 바이든의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잔피에어는 “당신 스스로 큰 비약을 하고 있고 왜 그렇게 가정하고 있냐”며 “당신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해리스가 대선 후보가 된 후 유세에서 어색한 남부 사투리를 써서 논란이 됐을 때도 피터가 이를 물었고, 잔피에어는 실소하며 “진짜 미국인들이 그걸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겠냐” “듣고 있는 것 조차 참 우스꽝스러운 질문”이라고 면박을 줬다. 두시는 지난 2022년 1월엔 바이든에 “인플레이션이 정치적 부채(political liability)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바이든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두시에 대해 “멍청한 개자식 같으니(what a stupid son of bitch)”라고 말한 것이 정부·의회 전문 중계방송(C-SPAN) 전파를 타고 전국에 퍼졌다.

두 사람이 항상 얼굴을 붉힌 것만은 아니다. 지난 7월 24일엔 두시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묻자 잔피에어가 웃으며 “당신이 제 기분도 신경 쓰나요?”라고 말해 브리핑룸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2월엔 잔피에어가 두시의 딸이 태어난 것을 언급하며 “아빠가 된 것을 축하한다” “우리 ‘아기 커린’이 잘하고 있냐”라고 물었다. 이에 두시가 “나는 딸에게도 하고 싶은 어려운 질문들이 너무 많다”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한때 바이든이 욕설도 했던 두시지만 백악관의 리셉션에서는 갓 아빠가 된 두시에게 “꼭 붙들어 매고 있으라”는 조언을 남겼다고 한다. 지난달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땐 해리스가 청중 속 두시를 알아보고 “여기서 보다니 정말 반갑다”고 웃는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다. 두시와 잔피에어의 설전이 담긴 영상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수십, 수만 조회수를 거뜬히 기록하는데 여기에는 “두 사람이 몰래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사이일지 모른다” “어쩌면 백악관의 ‘베스트 커플’”이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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