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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판·검사도 사람입니다” 추석엔 구속되는 범죄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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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

[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조선일보

추석을 앞둔 8일 경북 경주시 강동면 경주공원 묘원에서 한 가족이 할아버지 묘에 절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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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다. 이맘때가 되면, 법원과 검찰에선 전설적인 이야기가 회자된다. 아주 오래 전, 추석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더니, 어떤 판사와 검사가 이를 기각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기가 막힌다. “중추가절(仲秋佳節) 이므로 석방!!” 이 사람은 추석이 끝나자 곧바로 구속되었다고 한다. 실화인지, 우스갯소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메시지가 있다.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요즘 세상에 판사와 검사가 “중추가절(仲秋佳節)”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사표 써야 할 것이다. 탄핵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추석은 민족의 대명절인데, 법원과 검찰도 이를 참작하지 않을까? 추석 즈음의 수사와 재판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추석에는 구속·압수수색이 줄어든다?

Q. 판·검사도 추석에는 쉬지 않나요? 추석에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면 어떻게 되나요?

A. 판·검사도 당직을 섭니다. 그래서 당직 판·검사가 구속영장, 압수수색 영장 업무를 처리하지요. 다만, 추석에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처리가 현저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지내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Q. 하긴,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있는데, 수사관이 찾아와서 체포해가거나 압수수색을 한다면 너무 민망하기도 하고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만약,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면, 아이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 같기도 하구요. 실무상 이런 경우가 있나요?

A. 수사관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명절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추석에 가족, 특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사람을 체포하거나 압수수색 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합니다.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추석에도 체포·압수수색을 하곤 합니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최대한 배려해줄 수는 있지만, 법 집행을 안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부모를 체포·압수수색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실무입니다. 수사기관이 그렇게 야박하지만은 않습니다.

◇”범죄자들이여, 추석이라고 안심하지는 말라”

Q. 그러면, 추석에는 범죄자들도 안심할 수 있는 건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악질적인 범죄자들인 경우에는 검찰과 경찰에서 배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추석에 검거되어 구속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예컨대, 도망 중인 수배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명절에는 가족 생각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추석에 가족과 연락하거나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노린 수사기관에 검거되곤 하지요.

제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수배자를 담당하는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미꾸라지 같은 범죄자도 명절에는 잡을 기회가 있습니다. 꼭 잡아야죠.”

Q. 그렇다면 검사들이 일부러 추석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나요? ‘골탕 좀 먹어봐라’ 이런 의미로요. 전직 검사로서 솔직한 말씀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A. 에구… 난처한 질문이네요. 솔직히,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동료 검사들과 이야기하면서 비슷한 말이 나왔던 적이 있기는 합니다. 검사도 사람이니까, 정말로 간악한 범죄자를 보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거나 골탕 먹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합니다.

예컨대, 악질 사기꾼이 간악한 변명을 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돈 한 푼 안 갚으면서 말이죠. 이러면, 검사도 화가 납니다. 인지상정인 거죠.

이런 사건은 추석에 임박해서 수사가 종료되면, 명절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추석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합니다. 검사 입장에서는 간악한 범죄자가 실형이 두려워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구속 위기에 처한 당사자로서는 ‘나를 엿 먹이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부부 싸움, 성묘객 싸움…명절만 되면 이런 사건, 꼭 있다!

Q. 추석에 가족들이 화목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서로 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명절에는 어떤 사건이 많이 생기나요?

A. 명절은 사람을 모이게 만듭니다. 사람이 모이면 좋기도 하지만, 갈등이 표출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명절에 가족끼리 싸운다고 해도, 심각한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는 극히 희박한 것 같습니다. 가족간의 명절 폭력 사건이 정식으로 형사 입건되어 처벌되는 사례는 별로 없습니다. 단순 폭력 사건의 경우 화가 누그러지고 나면 합의하에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부간에 감정싸움을 하면서 말다툼을 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명절 스트레스가 있는 거죠.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명절 직후에 이혼 상담 건수가 평소 보다 2배 가량 증가한다고 합니다. 추석 후에 이혼이 증가한다는 통계도 간혹 보이구요.

성묘객간의 몸싸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제사상에서 음복을 했다가 음주운전을 하고 경찰에 단속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니, 유념하시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무탈하시고, 풍성한 한가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조선일보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일보DB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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