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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재테크 Lab] 40대 맞벌이, 저축 없이 '주담대 갚기'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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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여기 살면서 저축을 단 한푼도 하지 않은 부부가 있다. 그나마 '재테크'라고 부를 만한 건 2년 뒤에 상환이 끝나는 자가 아파트가 전부다. 문제는 부부가 해결해야 할 재무 이벤트가 한 두가지가 아니란 점이다. '주담대 갚기'를 재테크라 여기는 것까진 좋지만, 그렇다고 저축을 하지 않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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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이라도 저축하는 습관은 꼭 들여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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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남았네." 스마트폰 알림을 본 박창수(가명·47)씨가 중얼거렸다. 화면에 떠 있는 건 자동 이체된 주택담보대출금 상환 내역이다. 이번 달을 기준으로 딱 2년만 더 상환하면 박씨는 대출금을 모두 갚는다. '내집 마련의 꿈'이 드디어 실현되는 것이다.

일찌감치 욕심을 내려놓고 서울에서 벗어난 것도 내집 마련에 한몫했다. 박씨는 현재 경상남도 창원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에 비해 워낙 집값이 저렴해 2억5000만원에 99.1㎡(약 30평)의 자가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잔여금이 1500만원가량 남았는데, 매월 원리금을 89만원씩 내고 있으니 2년 뒤엔 충분히 상환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박씨가 대출금을 갚느라 저축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럴 만한 사정은 있다. 박씨는 아내 이영화(가명·45)씨와 맞벌이를 한다. 여기에 슬하엔 두 딸(17·14)도 있다. 직장 생활에 두 자녀까지 기르느라 부부는 늘 피로감에 젖어 살았다.

그러다 보니 재테크를 알아볼 방법도, 저축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박씨는 아내에게 "주택담보대출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으니 '부동산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말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랬던 부부가 위기의식을 느낀 건 올해 첫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다. 사교육비가 큰폭으로 늘어났고, 가계부에도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부부가 나름대로 노력하며 지출을 줄여보려 애썼지만, 적자는 계속 불어나 어느새 80만원을 넘어섰다.

부부는 정신이 아찔했다. 3년 뒤엔 첫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부부는 한푼도 모아두지 못했다. 2년 뒤에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이 끝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80만원 적자가 '0원'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 다급해진 부부는 조언을 얻기 위해 필자에게 재무 상담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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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재무 상태는 이렇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두 사람의 월소득은 630만원이다. 남편이 330만원을 벌고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35만원, 식비·생활비 124만원, 통신비 28만원, 유류비·교통비 65만원, 부부 용돈 80만원, 자녀 용돈 25만원, 교육비 102만원, 반려견 비용 8만원, 보험료 82만원,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89만원 등 638만원이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 지출은 명절비·경조사비(280만원), 휴가비(12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170만원), 의류비·미용비(310만원) 등 880만원이다. 한달에 평균 73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없다. 이렇게 부부의 가계부에선 매월 711만원 지출이 발생한다. 이에 따른 적자는 81만원에 달한다.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다. 한달에 80만원가량 발생하는 적자 규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부부가 전혀 저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부부는 90만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금을 갚느라 저축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물론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것도 일종의 '재테크'라 할 수 있다. 처음엔 빚으로 이뤄진 집이라도 빚을 다 갚으면 결국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부부의 저축액이 '0원'인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출금을 다 갚은 뒤 여유가 생겼을 때 과소비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부부는 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가 적지 않다. 점점 불어날 두 자녀의 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고, 훗날 두사람이 은퇴했을 때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도 대비해야 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큰병에 걸리거나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부부에겐 이런 상황을 대비할 비상금조차 없다.

지금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동기부여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적극적인 마음가짐이다. 이를 고려해 필자는 부부에게 다음과 같은 재무 목표를 제안했다. 최대한 빨리 대출을 상환하는 것, 자녀의 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 공격적인 노후 준비 등 세가지다.

아울러 부부에게는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여유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대출 변제 시기를 앞당기고, 여러 가지 재무 이벤트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도 필자의 의견에 동의해 1차 상담부터 곧바로 지출 줄이기에 들어갔고, 유류비·교통비(65만원)를 손봤다. 집에서 사무실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에도 부부는 둘 다 자차로 출퇴근을 한다. 대중교통 환경도 나쁘지 않다. 남편이 사업가였던 시절의 습관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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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자차 이용 횟수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업무상 차를 운행해야 할 때만 자차를 타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부부는 유류비·교통비 비용을 65만원에서 45만원까지 줄여보기로 했다.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겠지만, 부부는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렇게 1차 상담이 끝났다. 부부는 유류비·교통비를 20만원 줄이는 것으로 가볍게 지출 줄이기를 끝냈다. 그로 인해 적자 규모가 81만원에서 61만원까지 줄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부부의 지출 항목 이곳저곳엔 '군살'이 잔뜩 껴 있다. 100만원이 넘는 식비부터 부부 용돈(80만원), 보험료(82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비정기지출도 전반적으로 손을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부부는 순탄하게 지출 줄이기를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계속 이야기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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