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고금리 장기화로 부진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 내수 경기가 숨통을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결정 배경에 고용 부진과 같은 미국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내 경기 변동의 여파가 우리 수출 등에 미칠 영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19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 따른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영향에 대한 점검과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앞서 연준은 18일(현지시간) FOMC 회의 직후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점도표와 경기전망을 통해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4.4%로 전망하면서 사실상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우리 경제는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서 호조를 나타낸 수출과 극명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올 7월 주요 내수지표 중 하나인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1% 줄었고 같은 기간 건설투자도 토목공사 실적 부진으로 5.3% 감소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에서 앞서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과 한미간 금리 역전차 축소를 인하 조건으로 제시했다. 지난달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고 미 연준이 금리를 낮추면서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하할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집값 상승세와 가계 부채 문제가 부상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이 가계 대출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금회의에서 "가계대출은 주택거래 증가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증가했다"면서도 "9월부터 시행된 정책 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고 덧붙였다.
내수 진작과 별개로 이번 연준의 '빅컷' 결정이 미국내 경기 침체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 발표와 함께 미국내 실업률 전망치도 기존 4.0%에서 4.4%로 높였다.
앞서 연준이 올 8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내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정적으로 나오자 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어 여파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검은 금요일’이 펼쳐졌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하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미국 경기가 냉각될 경우 증시를 넘어 글로벌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내 경기 침체가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으로 이어지게 되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수출 역시 장미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둔화하는 건 분명하다"며 "미국 경제가 위축되고,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사이클이 쉬어간다면 우리 수출 경기도 내년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박기락 기자 kiroc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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