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 이동목욕차 운영 안해
머리에 물 끼얹으며 더위 식혀
밤더위대피소 사업 연장됐지만
홍보 부족해 거리서 쪽잠 자기도
19일 낮 12시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33도에 육박하는 땡볕 아래 인근 의원에서 나눠주는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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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다음 날인 19일 낮 12시께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골목 길거리에서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기다리고 있던 오모씨(43)를 만났다. 오씨는 이웃 주민의 머리에 물을 끼얹었다. 이어 조그만 페트병에 담긴 물로 간이 등목을 해줬다. 그는 "날이 너무 더워 이렇게라도 더위를 씻어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말처럼 그의 얼굴과 짧은 머리카락 또한 땀과 물이 섞여 흥건한 상태였다.
기후위기 여파로 덥고 습한 기운이 9월에도 기승을 부리면서 무더위로 인한 쪽방촌 주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 급하게 지자체 등의 무더위 지원책이 연장은 됐지만 홍보가 되지 않아 주민들은 알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쪽방촌 주민들에게 9월 무더위는 한여름보다 더 견디기 어려워 보였다.
■"밤더위 대피소도 못 갔다"
이날 낮 12시께 33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이런 무더위에 오씨가 생활하는 공간은 3.31㎡(1평)가 안 되는 작은 쪽방이었다.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 있는 쪽방촌 구조상 창문을 열어도 바로 앞 건물 벽에 막혀 바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극한의 더위에서 그는 이부자리도 없이 돗자리 위에 맨몸으로 잔다. 열대야가 심해지면 방을 두고 거리에 나와서 자기도 한다고 했다.
오씨는 "너무 더워서 방에 있지를 못하니까 나와서 잤다"며 "창문을 열어도 찜통 같고 더운 바람이 들어오니 모기가 물어도 나와서 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9월에도 좀처럼 무더위가 가시지 않자 지자체는 부랴부랴 무더위 지원 사업 종료 시점을 연장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의 경우 무더위 지원 사업 가운데 하나인 '밤더위대피소'를 연장했다. 9월에도 폭염 특보가 내리는 날에는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밤더위 대피소는 쪽방촌 주민과 인근 고시원 생활자를 대상으로 부근의 목욕탕 이용권을 주고 시원한 목욕탕 수면실에서 잘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예년에는 8월에 운영을 종료했다.
문제는 급하게 사업 기간 연장이 이뤄지면서 홍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밤더위 대피소를 자주 이용해왔던 고시원 생활자 오희성씨(67)는 8월 말에 마지막으로 대피소에 갔다고 했다. 그는 "9월에도 가도 되는 줄 몰랐다"며 "연휴 내내 하루 10번 샤워를 하면서 더위를 버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용해도 된다지만 폭염 특보가 나왔는지 아닌지를 그때그때 확인해서 가는 것도 복잡하고 어렵다"고 덧붙였다.
■긴 연휴에 샤워도 못해
쪽방촌 주민들 입장에서는 긴 연휴가 달갑지 않다는 이야기도 했다. 무더위를 버티려면 목욕 등이 필요한데 연휴 기간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이동 목욕 차량이 쉬기 때문이다. 쪽방촌 주민들 집에는 목욕 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목욕시설 조차 없는 지하 쪽방에 산다는 신모씨(84)의 경우 연휴 내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수건에 물을 묻혀 몸을 닦으며 지냈다고 했다. 신씨는 "골다공증이 심해 걸음을 잘 못 걷는다"며 "목욕탕까지 가려면 쉬었다 걷고 쉬었다 걸으면서 한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계자들도 올해 무더위가 지속돼 주민들이 걱정된다면서 걱정했다.
이동목욕차량 등을 운영하는 영등포보현종합지센터 담당자는 "올해 유난히 덥다 보니 동네 사시는 분들 가운데 건강이 안 좋아지신 분들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중 5일을 이동목욕차를 끌고 나오는데 자주 보이던 분이 안 보이시는 경우가 올해 많았다"며 "수소문해보면 병원에 가셨다거나 며칠 아파서 밖에 나오지 못했다는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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