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영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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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0.5%P 인하 ‘빅컷’ 단행…한국도 인하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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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금융 ‘F4’, 정책 불협화음 없도록 소통해야
미국이 어제 새벽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최근의 고용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린 것은 4년 반 만이다. 연내에 0.5%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도 나왔다. 유럽과 영국 등에 이어 미국까지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팬데믹 이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글로벌 긴축 통화정책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국면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미국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로금리의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의 기술주나 멕시코·호주 등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 글로벌 머니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지난 7월 말에도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금리 변동기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한국은행의 운신 폭이 넓어지긴 했다. 금리 상단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금리 격차가 1.5%포인트로 줄었다. 덕분에 외환시장 걱정은 좀 덜게 됐다. 국내 이슈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한국의 금리 인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리가 내려가면 짓눌린 내수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빚 부담이 여전히 골칫거리다. 8월 서울 아파트값은 6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당국의 대출 죄기 여파로 최근 급등세가 한풀 꺾인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고, 가계빚이 관리 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이미 은행의 대출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로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대출이 꿈틀대고 있다.
정책 당국은 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거시경제 운용은 종합예술이라며 시장을 관리하는 정책의 힘을 신봉한다. 내수도 살리고 집값도 안정되며 금융시장 불안도 없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알겠지만, 모든 정책에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상충관계)가 있고 다 잘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정책 우선순위를 세우고 데이터를 마지막까지 확인해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대외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밀려드는 파도를 막는 방파제를 튼튼하게 쌓는 수밖에 없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거시경제를 잘 관리하는 것만 한 방파제는 없다는 게 그간의 위기에서 얻은 교훈이다.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거시·금융 수장들의 모임인 ‘F4’에서도 금리 인하와 가계빚 관리와 관련된 더 이상의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의 신뢰란 쌓기는 어렵고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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