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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한국투자증권 참여 여부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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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을 떠나 종로구 그랑서울로 옮긴 사무실 모습 [사진=고려아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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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에 한국투자증권의 참여 여부가 '오락가락' 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19일 영풍과의 특별관계 해소에 따른 특별관계자수 변동 내역을 장 마감후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을 특별관계인에서 제외함에 따라 지분이 48.78%에서 33.13%가 빠져나가면서 15.65%로 줄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날 영풍과 특별관계를 해소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주당 66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내걸을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에 맞서 공개매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지만 과제는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고려아연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바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을 포함해 고려아연 측 지분은 15.65% 수준으로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 33.1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을 지지하는 우호적인 지분을 합하면 34~35% 수준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에 맞서기 위해서는 외부 지원이 절실하고, 고려아연의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에 내심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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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필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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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고려아연 최 회장이 증권사 간부들과 만나 '백기사'를 요청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며, 이 가운데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최 회장을 돕기 위해 사모펀드(PEF)와 연합해 2조원 안팎의 자금을 모은 뒤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는 방안을 구상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에 대해 지난 2022년 고려아연 자사주를 매입한 적 있지만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이를 두고 우군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백기사로 나선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같은 해명은 공식 발표 사항이나 공시 내용이 아니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지만 한국투자증권 내 고려아연 지원 여부에 대해 내부 방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11월 24일 한국투자증권에 자사주 15만8861주를 주당 65만8000원의 가격에 1045억원 규모로 매각했다. 당시 고려아연은 한국투자증권에 자사주를 넘긴데 대해 중장기 투자자로서 투자의향 및 납입능력 등을 고려하여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같은 날 LG화학과 한화와 자사주를 맞교환 했는데 LG화학과는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처분제한기간인 2년 경과 후 일방회사가 취득한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자 하는 경우, 양도당사자는 상대당사자에게 우선협상권을 보장토록 했다. 한화의 주식 처분제한기간은 3년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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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지난 1년여간 주가 변동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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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 보유주식에 대해 LG화학과 한화와 같은 제약 조건이 없지만 고려아연의 주식을 처분하기에는 도의적인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고려아연의 주가가 높을 때 제때 팔지 못하면 주가 하락시의 고통을 또다시 맛볼 수 있는 형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의 주가가 한때 43만 5000원까지 하락하면서 매입가의 1/3 상당을 허공으로 날려야 했고 투자자금 1045억원 가운데 476억원가량 손해를 보기도 했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 주가는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주식을 팔아야 할 적기임에도 진퇴양난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일부 언론에서 한국투자증권이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나서 사모펀드와 함께 자금을 모아 지원하겠다는 보도에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강변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자금을 끌어들여 고려아연 백기사로 나서고 경영권을 방어한 후 주가가 내려갈 수 있고, 주당 70만원이 넘게 매입한 고려아연의 주가 하락은 자칫 큰 손실을 볼 위험마저 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자체 자금으로만 고려아연의 주식을 매입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한국투자증권은 감내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사모투자와 함께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사모투자에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사모투자가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2조원 상당의 자금을 투입해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인 후 이전 가격으로 되돌아가 과거의 사례처럼 주가가 매입가의 2/3 수준으로 떨어지면 약 6600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한국투자증권은 오히려 고려아연 매입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고려아연의 우군이라는 명분하에 엄청난 손실을 당할 수도 있는 현실에 처해있다.

한편으론 고려아연의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이 나서서 사모펀드를 동원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것이 증권업에 종사하는 기업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도 나올 수 있다.

더욱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최 회장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어 한국투자증권의 고려아연 지원은 선관주의 의무나 배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위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고려아연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예상되는 손실에 대해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결국 한국투자증권의 부실을 불러올 것이고, 이는 한국금융지주 일반주주들의 손실로도 직결된다. 한국투자증권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최 회장 측이 투자자들에게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고 개인 자산 등을 담보로 최우선으로 투자금을 갚겠다는 주주 간 계약을 맺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하지만 주가 하락 시 일정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 회장의 고려아연 지분 1.84%를 포함해 특별관계인 지분 15.65%는 이미 상당수가 담보대출 등으로 잡혀 있어 고려아연 오너가의 담보 가능한 지분 가치가 3000억~4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경영권 분쟁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보유 지분 중 1.61%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약 948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증권사에는 내부 컴플라이언스 규정이 있는데 경영권 분쟁 사안과 관련해 주식담보대출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아연 측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특별관계인을 해소하고 공개매수 등으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 대항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자금 투입 등 지원이 확약되기 전까지는 적지 않은 고비를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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