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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한반도 뒤덮은 최악의 폭염…내년엔 더 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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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월에도 폭염이 계속된 지난 11일 부채와 손선풍기를 든 외국인들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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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대하던 가을이 찾아온 걸까. 오는 29일까지 기상청 예보를 보면, 20일부터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남하해 ‘가을 폭염’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서울 기준 25~26도 수준이던 최저기온은 다음주 20도 아래로 내려가며 한낮 최고기온과 10도 내외의 큰 일교차를 보이게 된다. 다들 더위 견디느라 고생하셨다, 큰 일교차에 건강 조심하시라. 이런 얘기를 이제야 덕담처럼 나눌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 2018년에 비견된 해였다. 흡사 가을의 일부가 지워진 느낌이랄까. 특히 모두가 생전 처음 겪는 추석 연휴 기간의 폭염경보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9월 중순에 폭염이라니. 그것도 경보라니. 폭염주의보보다 한 단계 높은 특보인 폭염경보는 이틀 이상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18일에 서울 서남권에 내려진 폭염경보는 역대 서울에서 가장 늦은 폭염경보였다. 다들 이런 추석이 처음이었다. 더위로 송편이 쉬고, 성묘가 취소되고, 야외 수영장이 북적였다. 지난 30년간(1991~2020년) 이번 연휴 기간인 9월14~18일의 서울 지역 최고기온은 26.2~26.6도에 불과했다. 올해 추석 기온이 평소보다 무려 8~9도 이상 높았다.



9월 폭염과 열대야를 불러온 일차적인 원인은 일단 고온다습한 남동풍을 불러온 태풍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9월에도 세력이 왕성한 북태평양고기압이다. 진작에 물러갔어야 할 고기압이 왜 이 시기까지 후퇴를 모르고 한반도를 뒤덮은 걸까.



이런 ‘늦더위’ 상황은 수년 전부터 예견됐다. 2020년 가을 시작해 2022년 말까지 3년간 지속된 ‘트리플 딥 라니냐’부터다. 라니냐는 태평양 적도 지역 동쪽 바닷물 온도가 평상시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9~12개월 지속되는데, 이 시기엔 이례적으로 3년이나 이어졌다. 이런 일은 관측 이래 1950년에 단 한번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엘니뇨는 이 영향으로 ‘슈퍼 엘니뇨’(엘니뇨는 라니냐의 반대 상황이다)가 됐고, 지난해 7월 이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넘은 상태가 1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1940년 이후 지구 표면 기온의 월별 추이 그래프를 그려보면, 지난 1년간의 추세선이 1940년부터 이어져온 모든 추세선을 제치고 가장 높은 곳에 동떨어져 있다. 지금은 엘니뇨 현상이 종료되고 또 다시 라니냐가 발생한 상황이다.



보통 2∼7년에 한번씩 발생해 1년 이내에 끝나는 이 엘니뇨·라니냐는 가뭄과 고온, 홍수 등의 이상기상 현상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 자주, 더 길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야 권위자인 지텐드라 싱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교수는 2022년 2월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해 해류 흐름의 변화가 커지는 효과가 강화되기 때문에 라니냐 현상이 점차 증가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 인한 가뭄도 20세기보다 10배나 늘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는 최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태평양 온도가 올라가는 라니냐가 발생하면 북태평양고기압이 굉장히 발달하게 된다. 이번에 발생한 라니냐가 만약 내년 여름까지 간다면, 내년 여름이 올해보다 더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기용 지구환경팀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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