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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경솔한 이야기] 경찰, 현장근무여건 실태진단··· “늦었지만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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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 사건 올 상반기 62만 건 육박

여성청소년, 민원부서 등 업무 과중

경찰, 각 부서별 대책 마련에 나서

"대책 있었다면 동료들 목숨 지켰을 것"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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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관들이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등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과로사 한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경찰이 대응에 나섰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러한 경찰청의 대책에 “너무 대책이 늦은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환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0일 경찰청은 지난 7월 경찰관들이 잇따라 사망하자 지난 7월 30일부터 경찰청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현장근무여건 실태진단팀’을 구성하고, 한 달에 걸쳐 일선 현장 근무여건을 진단하고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실태진단은 경찰관 사망사고 등이 발생했던 경찰서에 대한 점검 이후, 업무부담이 높고 근무여건 개선이 필요한 부서들을 대상으로 현장 방문을 하거나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현장 직원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진단 결과에 따르면 경찰서 통합수사팀의 경우 지난해 11월 고소·고발 반려가 폐지됨에 따라 전건을 접수하기 시작하면서 업무 부담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전국 경찰서에서 접수한 사건은 61만8900건으로, 지난해 동기간 44만9285건 대비 37.6% 증가했다.

여성청소년 부서의 경우 지난해 인력이 일부 증가했지만, 피해자 보호 업무가 수사부서에서 이관돼 사실상 업무 부담이 그대로인 셈이다. 또한 민감한 사건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현장경찰관들의 심리적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동반되고 있다.

경찰서 민원실이나 교통 공익신고 담당 등 민원부서의 경우 민원인들의 폭언·협박과 반복민원 등 악성 민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지난 2021년 2997건에서 2022년 5218건, 2023년 1만323건으로 크게 늘었다. 반복민원 또한 2021년 6만3351건에서 2023년 8만5236건으로 증가했다.

치안 일선에서 활동하는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관서의 경우 인구수, 담당 면적, 범죄 발생 건수, 112신고 건수 등 다양한 치안여건을 고려해 인력을 배치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같은 시도경찰청 내에서도 지역 관서 간 112신고 등 업무량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 인력 재배치와 함께 중심지역 관서 등 운영체계 개편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농어촌 지역을 담당하는 3급지 경찰서는 적은 인원이 다양한 종류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업무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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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경찰은 각 부서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서 통합수사팀과 관련해 경찰은 건 배당 전 접수 단계에서부터 유사한 사건을 병합하여 수사토록 하는 등 수사업무를 효율화 하기로 했다. 또한 수사 난도가 높은 사건의 경우 광역 단위 수사가 시도경찰청 전문부서로 이관하는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여성청소년 부서는 산재해 있는 6개의 온라인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사회적 약자 보호 종합플랫폼 시스템’을 오는 2027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민원부서와 관련해서는 오는 2026년까지 인공지능을 도입해 반복적 업무를 자동화·간소화하고,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를 위해 ‘악성민원 대응지침’도 마련할 예정이다.

3급지 경찰서에 대해서는 본청과 시도청 주관으로 순회교육을 시행하고, 업무자료 상시 공유를 통해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 함양을 지원하고, 대응이 어려운 대규모 상황이 있는 경우에는 시도경찰청 단위에서 실무인력을 파견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현장 대응역량 강화 방안도 내놨다. 경찰은 수사부서에 처음 배치되는 신임수사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사례?실습 위주로 교육을 개편하고 역량과 사건의 난이도를 고려해 사건을 배당하기로 했다.

경찰은 내년 상반기 정기인사 시즌에 맞춰 인력 재배치를 추진한다. 통합수사팀의 경우 전국 상위 20%인 52개 경찰서는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1인당 평균 접수 건수가 112.2건이지만, 하위 30%인 77개 관서는 59.4건이다. 또한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서울경찰청에서 1인당 신고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관서는 172건이지만, 가장 적은 관서는 4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관서별 다양한 치안 수요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별도의 ‘인력배분모형’을 활용해 적정인력을 산출해 인력을 재배치 할 방침이다. 또한 기피부서인 경찰서 통합수사팀에 대해서는 성과우수자를 대상으로 특별승진, 승급, 대우공무원 기간 단축 등 다양한 성과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통합수사팀 근무경력을 다른 수사부서 전입(우대) 요건화 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경찰관의 마음건강 관리에도 나선다. ‘경찰 맞춤형 정신건강 진단척도 검사’에 모든 경찰관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지정상담 △전문의 연계 등 심리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마음동행센터 확충(18→36개소) 및 상담관 증원(36→108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대책이 마련되자 현장 경찰관들은 ‘진작 추진됐어야 할 일’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경찰은 고위험 직군이기 때문에 이러한 대책이 진작에 마련됐었어야 한다”라며 “대책이 있었다면 동료 경찰관들이 허망하게 순직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을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환영의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경찰청 차원에서 현장 경찰관들의 안전 확보에 나선 것은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이번 대책을 시작으로 업무 경중에 따른 적절한 인력배치가 이뤄지고, 직무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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