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디즈니플러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권위 있는 방송 시상식인 미국 에미상. 올해의 주인공은 드라마 ‘쇼군’이었다. 무려 25개 부문 후보에 올라 18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특히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모두 석권했다. 2022년 ‘오징어 게임’에 이어 외국어로 된 작품이 두번이나 시상식을 휩쓰는 진풍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일본 배경의 ‘쇼군’과 우리나라 배경의 ‘오징어 게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오징어 게임’이 한국에서 만든,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반면, ‘쇼군’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서구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미국 작품이다. 디즈니 계열의 케이블 채널 에프엑스(FX)에서 영어 자막으로 방송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영국인 항해사 존 블랙손은 무역선을 타고 1600년 일본에 도착한다. 무역선으로 위장했지만 진짜 목적은 포르투갈이 독점하고 있는 일본과의 무역을 독차지하기 위함이다. 당시 일본은 절대권력자가 죽은 뒤 5명의 ‘대로’가 반목하는 시기. 예수회 신부들과 결탁한 세력에게 밀려 궁지에 몰려 있는 요시이 도라나가는 이 영국인을 활용해 한판 도박을 벌이려고 한다. 머나먼 나라에서 이방인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치열한 정치싸움. 결국 요시이의 책사가 되는 존. 과연 그의 선택으로 절대권력자 쇼군은 탄생할 것인가.



원작은 미국 작가 제임스 클라벨이 쓴 동명의 역사소설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쇼군’은 영국 이름 윌리엄 애덤스, 일본 이름 미우라 안진의 실화가 바탕이다. 정확히는 혼란에 빠진 일본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쇼군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외국인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작가 제임스 클라벨이 실제로 1942년, 2차대전 중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혔다는 것이다. 여러번 탈출에 실패하고 1945년 종전이 되어서야 풀려났다.



이질적인 두 문화의 만남은 서로가 서로를 야만인이라며 거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국인에게 일본에 대한 첫인상은 말보다 칼이 앞서고 포로를 삶아 죽이는 잔인한 곳이다.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인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서양인’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다소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역사의 한복판에 던져진 사람의 쉼 없는 도전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생각해 보면 조선의 역사에도 네덜란드에서 귀화했던 박연이 있었고 ‘하멜 표류기’의 하멜도 있었다. 표류 끝에 낯선 나라에 도착했고 벼슬을 받고 가정을 이루고 살았으며 병법과 항해술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주인공과 공통점이 많다. 가까운 미래,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에서 ‘하멜 표류기’를 만들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다면 우리는 어떤 느낌일까? 이 드라마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보자. 에미상이 보증하는, 잘 만든 걸작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니까.



씨제이이엔엠 피디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