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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290㎞ 헤매다 쓰레기 뒤지던 북극곰 사살…먹이 찾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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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9일(현지시각) 아이슬란드 웨스트피오르드에 있는 한 마을에서 북극곰이 사살됐다. AP/연합뉴스


아이슬란드에서 8년 만에 목격된 북극곰이 사살됐다. 그린란드에 서식하는 북극곰이 해빙을 타고 약 290㎞를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해당 지역에 여성 노인이 거주하고 있어 인간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 판단해 내려진 결정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아이슬란드 북서쪽 웨스트피오르드의 외딴 마을에서 발견된 희귀한 북극곰이 전날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보도를 보면, 웨스트피오르드 경찰서는 아이슬란드 환경청과 논의해 곰의 사살 결정을 내렸다. 환경청은 곰을 그린란드로 돌려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헬기 옌손 웨스트피오르드 경찰서장은 가디언에 “(곰을 사살하는 것은) 우리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곰이 노인이 지내고 있는 여름 별장에 아주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혼자 있던 노인이 곰이 접근한 것을 알고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살고 있는 딸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곰이 집 주변의 쓰레기를 뒤지는 동안 위층에 머물러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사살된 북극곰이 그린란드에서 해빙을 타고 남쪽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이슬란드는 북극곰 서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자연사박물관 안나 스베인스도티르 연구원은 “북극곰이 해빙을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최근 몇 주 동안 아이슬란드 북쪽 해안에 떠내려온 빙하가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북극곰이 인간을 공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그러나 2017년 야생동물학회 회보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사라지며 굶주린 곰이 육지로 올라와 인간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런 변화가 인간과 동물을 모두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에서 1870년부터 2014년까지 기록된 북극곰 관련 사고는 73건(20명 사망, 63명 부상)이다. 그 가운데 15건이 최근 5년에 벌어진 것이라고 한다.



한겨레

지난 2022년에는 해빙이 일찍 녹아 물범 사냥이 불가능해지자 바닷새의 알을 포식하는 북극곰의 모습이 관찰됐다. 새알을 먹어 북극곰의 발이 노랗게 변한 모습. 에반 리처드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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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살된 곰은 아이슬란드에서 2016년 이후 8년 만에 발견된 것으로 드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9세기 이후 북극곰이 발견된 사례는 600여 마리에 불과하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2008년 두 마리의 북극곰이 발견된 뒤 멸종위기종의 사살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자, 이렇게 발견되는 ‘떠돌이 북극곰’을 관리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당시 이들은 북극곰을 아이슬란드에 서식하지 않아 외래종으로 판단했으며, 곰을 약 290㎞ 떨어진 그린란드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사살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번에 사실된 곰은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져 기생충이나 질병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연구에 활용될 전망이다.



북극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이하 연맹) 적색목록 ‘취약’ 등급으로 분류된 대표적 멸종위기 동물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해빙이 일찍 녹으며 물범을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고, 서식 면적이 줄어들며 심각한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연맹은 2050년이면 전 세계 2만6000마리 남은 북극곰의 3분의 1이 멸종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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