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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MBK '2조원' 실탄 공습에…고려아연 '쩐의 전쟁→백기사 싸움'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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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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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의 거센 공세에 '고군분투' 하고 있다. 영풍 측 공개매수 마감일까지 7영업일 남은 상황에서 기존 판세를 뒤흔들기 위한 우군 확보와 대항공개매수 준비에 한창이다.

영풍이 국내 1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쩐의 전쟁'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 우호 세력까지 감안한 양측의 지분율이 팽팽한 만큼 최 회장 역시 MBK의 공개매수에 맞설 든든한 '백기사(우호 지분)'가 필요한 상황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6.98∼14.61% 확보를 목표로 1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영풍정밀을 포함해 최대 2조1332억원을 투입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33.13%를 보유한 영풍 장씨 일가가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은 최대 47.4%까지 늘어난다. 고려아연 자사주 2.39% 등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하고 의결권 있는 주식 52%를 갖게 돼 경영권을 확보한다.

영풍 측은 최소 목표치인 7%만 달성하더라도 과거 주총 출석률을 고려했을 때 44%의 의결권으로도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사안별로 아쉽게 뜻이 관철되지 않은 것에 미뤄 봤을 때 7%만 더 확보하면 1대 주주로서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에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며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당시에도 8%는 무난히 확보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운명 가를 지분 7%…우호 지분 결집 '선결 과제'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경영권 가를 지분 7%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MBK가 영풍의 백기사로 참전하면서 최윤범 회장도 지분 추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영풍 장씨 일가에 맞서는 최 회장 일가의 지분은 15.6%에 불과하다. 일단 대기업 우군은 확실히 한 편으로 묶어야 33% 안팎의 지분율로 영풍 장씨 일가와 겨뤄볼 만하다.

최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LG화학·한화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을 고리로 맺은 협력 관계다. 이들이 이번에 대항공개매수까지 동참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안정적 협력관계 지속 필요성' 등을 이유로 최 회장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추석 연휴 직후 최 회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7.75%를 들고 있다. 두 사람은 수소·신재생에너지 등 공동 사업을 논의하고 최근 고려아연이 겪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공개매수로 인해 경영권 분쟁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 협력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한화그룹은 고려아연과의 사업 협력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MBK는 두 사람의 회동을 견제하며 압박에 나섰다. MBK는 "접촉 상대방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이라며 "이미 보유 주식에 관해 이번 회동의 구두 협의 내용에 따라 의결권 공동행위자로 인식돼 5%룰 공시 위반 여부도 검토될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 재계 황금 인맥 총동원…"고마운 분들 덕에" 연대 가능성 시사

최윤범 회장은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 파트너와 넓은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경영권을 방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나와 애머스트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뉴욕 유학파로, 미국 거주 시절 재계 오너 2·3세들과 두루 친분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상 백기사 등판이 유력해진 김동관 부회장과도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이 공들이는 해외 우군인 소프트뱅크 등과 사이도 막역해 결정적인 역할을 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MBK를 능가하는 거대 자본인 소프트뱅크가 '백기사'로 나설 경우 판세가 요동칠 수도 있다.

최 회장은 선대인 고(故) 구본무 회장과 최창걸 명예회장 시절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다. 또 최 회장을 공개 지지하고 있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조현범 회장도 최 회장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이후인 지난 19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고마운 분들 덕분에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히면서 황금 인맥을 통한 연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여기에 소액주주는 물론 노동조합까지 고려아연 지분 7%를 보유해 이번 경영권 분쟁에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을 향해 백기사 역할을 압박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노조는 "정부는 국가기간산업의 핵심인 고려아연을 약탈해 해외자본으로 팔아넘길 우려가 있는 이번 공개매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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