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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단독] 밑지고 파는 나라 땅 급증…‘세수펑크’ 때우기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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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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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재산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국유 부동산을 대량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7월까지만 매각된 자산 규모만 예년 연간 평균의 5배를 훌쩍 넘는다. 특히 낙찰가가 감정가를 크게 밑도는 매각 사례도 2건 중 1건에 이른다. 국유재산의 매각 규모가 공교롭게도 지난해부터 급격히 불어난 점을 염두에 두면, 정부가 감세 정책과 경기 전망 오류에 따라 발생한 세수 펑크를 메우려 국유 재산의 헐값 매각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캠코로부터 받은 ‘국유부동산 입찰 매각 명세’ 자료를 보면, 캠코는 올해 들어 7월말까지 진행한 국유 부동산(토지와 건물 등) 입찰 매각은 모두 322건이며, 총 낙찰액은 955억원이다. 이는 예년보다 크게 불어난 규모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연간 기준 낙찰액은 각각 168억원(145건), 180억원(114건)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만 집계된 것만 낙찰규모가 예년에 견줘 5.5배 더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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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재산 매각이 크게 불어난 건 지난해부터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2년 8월 발표한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매각 가능한 재산을 적극 발굴하고 행정재산의 활용실태를 전수조사해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을 발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방침이 본격 적용된 지난해부터 국유 부동산 매각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진행된 국유 부동산 매각 건수는 349건으로 한 해 전(114건)은 물론 2021년(145건)에 견줘 크게 늘었다.



이는 세수 부족을 우려한 정부의 전략적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국유재산 매각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정부의 재정 수입으로 잡힌다.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세수펑크(예상보다 국세가 적게 들어왔음을 의미)를 메우는 데 국유 재산 매각이 활용됐다는 의미다. 올해도 적지 않은 수준의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매각 과정에서 낙찰액이 감정가를 크게 밑도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2024년 7월까지 팔린 국유부동산의 총 감정가는 2610억원이나 총 낙찰액은 이보다 446억원 작은 2164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전체 매각 건 중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작은 매각 건 비중은 2021년과 2022년은 각각 11.0%, 4.4%에 머물렀으나 지난해엔 43.0%였으며 올해들어선 7월까지 그 비중이 58.7%까지 상승했다.



한 예로 지난해 10월 한 재테크 교육업체에 팔린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의 감정가는 192억원이나 낙찰액은 123억원에 그쳤다. 올해 들어 가장 비싸게 팔린 부산 수영구 광안리 부근 부동산도 감정가는 90억원이나 낙찰액은 64억원에 머물렀다. 캠코 쪽은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산정한 예정가액(감정가와 동일)을 바탕으로 국유부동산 입찰을 진행하는데, 두 번 이상 유찰될 경우 10%씩 예정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은 “정부가 세수펑크를 메우기 위해서 국유재산을 무리하게 매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유재산이 적정한 가격에 매각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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