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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中 '5% 성장 사수' 총력전…정책금리 내리고, 다주택자 대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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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미국발(發) 금리 인하 열차에 올라탄다. 경기 둔화가 이어지자 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낮추고, 정책금리는 인하해 시중에 돈을 풀기로 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라는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다.

중앙일보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이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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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리 0.2%포인트 인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판궁성 행장은 이날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금융시장에 유동성 1조 위안(약 189조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준율은 은행이 예치하고 있는 예금 중 중앙은행에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중이다. 지준율이 내려가면 그만큼 은행이 시중에 공급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난다. 그는 “연말까지 3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어 상황에 따라 0.25~0.5%포인트 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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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정책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1.7%에서 1.5%로 0.2%포인트 인하한다. 판 행장은 “이번 정책금리 조정으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가 약 3%포인트 낮아지고, 대출우대금리(LPR)와 예금 금리 등도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LPR은 중국의 사실상 기준금리다.



부동산 살리기…2주택자 LTV 85%로



중국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침체를 겨냥한 대책도 내놨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신규 대출 수준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주담대 금리가 평균 0.5%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2주택의 대출 최소 계약금 비율은 현행 25%에서 1주택과 동일한 15%로 낮춘다. 다주택자에게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5%까지 인정해준다는 의미다.

또 주식시장 자금 유입을 위해 5000억 위안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증권사‧보험사 등이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대출을 제공한다. 자사주 매입을 위한 대출 제도 역시 새로 만든다.

중국의 이번 대책은 올해 나온 경기 부양책 중 가장 광범위하고 규모가 크다는 평가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3월과 9월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올해 2월에도 0.5%포인트 인하했다. 그런데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제시한 ‘5% 안팎’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더 강력한 대책을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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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실제 지난달 중국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각각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4.5%, 2.1% 증가해 시장 예상치(4.8%, 2.5%)에 못 미쳤다.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로 지난해 2월 이후 1%를 밑돌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키웠다. 블룸버그통신은 “(지준율 인하와 정책금리 인하) 두 가지 조치가 함께 시행된 사례는 최소 10년간 없었다”라고 했다. 경기 둔화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총력전인 셈이다.



美 ‘빅컷’이 중국 움직임 불러



특히 미국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면서 중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금리 차가 줄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격 하락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정책 여력이 확보되기도 했다. 판 행장은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조정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이 크게 완화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판궁성 행장과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우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참석했는데, 3개 금융당국 수장이 함께 부양책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기 부진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위기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대책의 효과에 따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중국이 경기 부양에 성공할 경우 한국 수출 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1년 1692억 달러에 달했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1248억 달러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중국 내 소비가 감소하는 등 경기 둔화 영향이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회복할 경우 한국 증시 등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테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수출”이라며 “경기가 활성화할 경우 중간재는 물론 소비재 수출이 함께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 전반에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대책 먹힐 시 한국 수출엔 호조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5% 오른 2863.13에 마감했다. 선전종합지수도 3.95% 상승하면서 중국 증시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의 코스피도 2630대에 안착했다. 장 중 상승세를 반납하며 2590선까지 후퇴했지만, 중국 경기 부양 훈풍 소식이 뒤늦게 전해진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전 거래일보다 29.67포인트(1.14%) 오른 2631.68에 거래를 마쳤다.

쿤 고 ANZ 아시아 리서치 대표는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부양책”이라며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 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의 발목을 잡아 온 위안화 약세 압력이 지난주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낮아졌다”며 “추가 통화정책 완화와 재정 투입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주톈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 교수는 “통화정책 완화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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