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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더 많은 가정에 기적이...” 김우빈의 기도 [김한수의 오마이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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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배우 김우빈씨가 유튜브에 출연해 암투병 과정을 설명하며 "그동안 받은 응원과 기도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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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그런 게 저는 그 힘이 있다고 진짜로 믿거든요. 그래서 제가 받았던 이 기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자기 전에 더 많은 가정에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항상 기도하죠.”

지난 추석 연휴 중 이 기사를 읽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배우 김우빈씨가 신동엽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암 투병 과정을 이야기하던 대목이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김씨는 비인두암이라는 희소병으로 투병했지요. 유튜브에서 김씨는 처음 병원에서 “짧으면 6개월”이라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고, 무섭고, 꿈이었으면 좋겠고, 그런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걸 이겨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아예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며 “‘그냥 이건 기회야’라고 생각하며 치료했다”고 했습니다. “데뷔 후 10년 넘게 못 쉬고 바쁘게 지냈으니 하늘에서 이쯤 나를 되돌아보고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라고 그런 시간을 주신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들 만나고 그랬다. 치료 때문에 몸이 힘든 건 똑같으니까”라고 했습니다.

‘제가 받은 기도를 전달해주고 싶다’는 말은 그 다음에 나왔습니다. 겸손하게 “단순히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그런 게 저는 그 힘이 있다고 진짜로 믿거든요. 그래서 경과도 너무 좋고 병원에서도 너무 놀랍다(라고 하고),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그런 응원이나 기도 덕분에 내가 빨리 이렇게 건강해졌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라고 하더군요. 그는 또 “그래서 그 마음이 제 안에서, 날아가지 않게, 항상 이거를 제가 느끼려고 하고, 그래서 제가 받았던 이 기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자기 전에 이렇게 더 많은 가정에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항상 기도하죠”라고 말했습니다.

평소 김씨가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미남 청춘 스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어찌나 생각하는 것이 어른스럽던지요. 그런 선한 생각과 건강한 의지가 신작 ‘무도실무관’에도 잘 투영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김씨가 말한 ‘기도와 응원의 힘’ ‘기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다’는 말을 들으며 옥한흠(1938~2010) 목사님과 성철(1912~1993) 스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조선일보

옥한흠 목사는 지난 2010년 4월 부활절을 맞아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기도의 빚을 지고 있다"며 "모든 이에게 기도의 빚을 되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옥 목사님은 당시 개신교계에선 드물게 ‘제자훈련’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인 교육에 앞장선 분이죠. ‘성도(聖徒)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을 닮아 작은 예수로 살자’는 게 제자훈련의 목표였지요. 정년을 5년 앞두고 은퇴한 옥 목사님은 노년에 암투병을 했습니다. 2010년 4월 부활절 인터뷰에서 건강에 대해 여쭈었더니 ‘기도의 빚’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이야기했습니다.

“70대 노인의 건강이 그렇지요. 병이 나고서 스스로 ‘참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느낍니다. 지금도 사랑의교회에서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가 열리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늙어서 뒷전으로 물러난 사람에게 기도해 줄 이유가 없는데도 그렇게 기도해 주시니 ‘은총과 은혜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모르는 사람을 봐도 참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어쩌다 어려운 분들을 보면 더 간절하게 마음으로 기도하게 되고요. 우리 모두는 기도의 빚을 지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어서 이런 말씀도 했지요. “크리스천은 서로를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모든 크리스천은 다른 이의 기도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더 넓게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 예수님에게 빚을 지고 있지요. 기독교인이라면 예수님에게 받은 기도의 빚을 모든 이에게 되갚아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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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과 법문집 '자기를 바로 봅시다' 표지. /백련불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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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한 기도’는 성철 스님의 법문 중에서도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성철 스님은 어려운 법문도 많지만 ‘자기를 바로 봅시다’ ‘생신을 축하합니다’ 등 일반인의 귀에 쏙 들어오는 법문도 많이 하셨지요. 그 중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가 있습니다. 특히 1980년 동안거(冬安居) 중 법문(1981년 1월 20일)이 유명합니다. 법문집 ‘자기를 바로 봅시다’(장경각출판사)에 실린 법문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절을 하지 말고, 절하는 것부터가 남을 위해 절을 해야 된단 말입니다. 그리고 생각이 더 깊은 사람이면 남을 위해 아침으로 기도해야 됩니다. 내게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의무적으로 절을 시킵니다. 108배 절을 하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면 날마다 아침에 108배 기도를 해야 합니다.”

성철 스님은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시죠. “나도 새벽으로 꼭 108배를 합니다. 그 목적은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이 발원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제 발심하여 예배하옴은 제 스스로 복 얻거나 천상에 남을 구함이 아니요 모든 중생이 함께 같이 무상보리 얻어지이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생들과 보리도에 회향합니다.’ 일체중생을 위해, 남을 위해 참회하고 기도했으니 기도한 공덕이 많습니다. 이 모든 공덕이 다 모두 일체중생에게 가라는 것입니다. 그러고도 부족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원하노니 수승하온 이 공덕으로 위없는 진법계에 회향합니다.’ 그래도 혹 남은 것, 빠진 것이 있어서 나한테로 올까봐 다시 한 번 모든 공덕이 온 법계로 돌아가고 나한테는 하나도 오지 말라고 발원합니다.”

저는 마지막의 “나한테로 올까봐, 나한테는 하나도 오지 말라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이 법문의 앞부분에는 ‘불공(佛供)’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철 스님이 이야기한 ‘불공’은 사찰이나 스님에게 뭔가 공양하는 일 정도가 아니라 봉사이며 실천입니다. 성철 스님은 “절에 사는 우리 승려들이 목탁 치고 부처님 앞에서 신도들 명과 복을 빌어 주는 이것이 불공이 아니며, 남을 도와주는 것만이 참 불공이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실천할 때, 그때 비로소 우리 불교에도 새싹이 돋아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철 스님은 “진리적으로 보면 예수교와 불교는 상대할 수 없지만 실천면에서 보면 거꾸로 되어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불교계를 향한 죽비입니다. 또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다”면서 천주교 갈멜수도원의 ‘남을 위한 기도’ 이야기를 합니다. “갈멜수도원에서는 정월 초하룻날 무슨 제비를 뽑는다고 합니다. 그 속에는 양로원, 고아원, 교도소 등 어려움을 겪는 각계각층이 들어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양로원’ 제비를 뽑으면 1년 365일 자나깨나 양로원 분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입니다. ‘고아원’에 해당되면 내내 고아원만을, ‘교도소’면 교도소 사람만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생활이 기도로 이루어지는데, 자기를 위해서는 기도 안 합니다. 이것이 참으로 남을 위한 기도의 근본정신인 것입니다. 이것이 종교인입니다.” 성철 스님은 ‘불교의 자비는 남을 돕는 것이 근본이며 모든 생활 기준을 남을 돕는 데 두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받았던 기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김우빈씨의 이야기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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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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