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승자독식·적자생존 게임… 英 유니콘도 자금 부족 매각 위기
자금부족·인력부족·시장정체… 2~3년 내 ‘죽음의 계곡’ 예상돼
개별 장점 결합한 하이브리드 AI 속출… ‘앙상블’을 주목하라
그래픽=백형선 |
대표적 복합 인공지능 전략으로 ‘클라우드(Cloud) 인공지능 서비스’와 ‘에지(Edge) 인공지능 서비스’의 통합이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초거대 AI 수퍼컴퓨터를 가진 데이터 센터에서 학습과 추론을 동시에 수행한다. 수백만대의 GPU와 HBM을 설치하고 수백만명에게 동시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한다. GPT와 같은 초거대 언어모델(LLM)이나 동영상 생성모델이 제공된다. 비용을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 그리고 서비스에서 소수의 국가나 기업에 종속되는 위험이 있다. 반면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인 에지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개인의 정보가 보호된다. 하지만 기능이 매우 제한적인 초소형 인공지능 모델만 탑재가 가능하다. 핸드폰에는 GPU가 들어가지 못하고 메모리 용량도 제한된다. 결국 가격, 전력소모, 컴퓨팅 능력, 메모리 용량을 모두 고려했을 때 두 가지 방식이 같이 결합되어 각각의 장점을 살린 통합 서비스를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스마트폰 기업과 오픈AI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인공지능 기업들이 서로 연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개발 비용과 유지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혼자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복합 인공지능 방식으로 ‘앙상블(Ensemble) 인공지능 모델’이 있다. 앙상블이라고 하면 다양한 악기가 모여 멋진 합주 연주를 함께 만들어 가는 모습이 상상된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을 예로 든다면, 한 명의 IQ 130인 사람이 혼자 문제를 푸는 것보다, 5명의 IQ 100인 사람이 함께 푸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례와 원리가 같다. 앙상블 모델의 대표적인 기법으로 다수결(Bagging) 방법도 있다. 여러 모델을 독립적으로 학습시키고, 그 결과를 평균 내거나 다수결로 결합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인공지능 집단 지성’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특화된 모델들을 묶어서 구성하고, 요구 인공지능 서비스에 따라 최적의 조합으로 결과를 만들어 낸다.
더 나아가 복합 인공지능에서는 일부 인공지능 모델을 직접 자체 개발하고, 일부는 사용료를 내고 외부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한 개의 초거대 모델 대신에 전문적인 모델 여러 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조합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한다. 한 예로 국내 인공지능 서비스 기업인 뤼튼테크놀로지스는 GPT-4를 포함해서 여러 생성 모델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가입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서비스를 전면 무료화하고, 대신 검색 과정에서 광고로 수입을 얻는 사업모델을 도입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들도 ‘죽음의 계곡’을 맞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은 자금 부족, 인력 부족, 시장 성장의 정체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높은 실패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 시기를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인공지능은 ‘쩐의 전쟁’이자 ‘반도체 전쟁’ 그리고 ‘전기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모델로 유명한 기업 ‘스태빌리티AI’가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022년에는 기업 가치를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로 평가받으며 신데렐라가 되기도 했었다. 이처럼 한때 초고속으로 유니콘 기업에 올랐지만, 수익 창출에 실패하며 현재는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오픈소스 방식을 고집하던 스태빌리티AI는 수익 창출에 한계를 맞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수익 모델을 찾는 것이 성공과 생존의 비결이다.
결국 인공지능 죽음의 계곡은 과도한 투자와 유지 비용에서 온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 어려운 시기가 올 수밖에 없다. 죽음의 계곡을 넘는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아 인공지능 시대를 평정하게 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자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게임이다. 따라서 다양하고 창의적 방법과 전략으로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한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짬뽕’ 복합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한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갖춘 복합 모델을 통해서 독특한 생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오랜만에 점심으로 학생들과 같이 학교 앞 오래된 중국집 ‘연래춘’에서 짬뽕을 먹어야겠다. 식사하면서 미래 인공지능 기술과 전략도 같이 토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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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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